“정책 없고, 인물 친박, 구도 더 오른쪽” ● 모이면 ‘큰일 났다’ 입에 달고 살아 ● 수도권 위원장들 인내심에 한계 ● 추석 지나면 냉정한 평가 나올 것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애국심 믿을 수밖에 ● 박원순 재임 후 서울 추락 ● ‘핵무장, 1·2인가구 주택 확대’ 정책 내야
[홍중식 기자]
‘서울 거리에서 자유한국당 당원 모집하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5월부터 광진구에서 해오는 실험이다. 자유한국당 내에선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전국 각지 당협위원회에서 그를 따라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8월 13일 광진구 자양동 ‘오세훈 변호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제 목표가 ‘100분을 안 만나면 아침밥을 안 먹는다’입니다.”
- 매일 어디로 가는지?
“주민들이 관광버스를 대절해 가까운 데에 단체여행을 갑니다. 매일 오전 7시 30분에 집에서 나와서 그런 버스에 찾아가 인사드려요. 제가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탑니다. 자전거로 오가는 길에 주민들과 마주치면 세워서 인사드리고 대화해요. 같이 셀카도 찍고요. 관내 10개 재래시장에도 자주 가고요. 주민들이 ‘열흘에 한 번씩 오세훈을 보네’라고 하세요.”
“거리에서 당원 3000명 모집”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 광진구 거리에서 한국당 당원 모집 활동을 하고 있다. 한 시민이 오 전 시장의 권유로 입 당원서를 쓰는 모습.
- 광진구가 강북에서 잘사는 지역 아닌가요?
“많은 광진구민이 ‘1995년 성동구에서 분구됐을 때 광진이 성동보다 부자동네였는데 이젠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라고 성동이 더 잘사는 곳으로 인식된다’고 안타까워하세요. 광진이 성동에 뒤처지는 이 기간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진에서 5선을 했죠. 모든 책임론이 추미애 의원에게 초점이 맞춰지죠.”
- 거리 당원 모집은 얼마나 했나요?
“지금까지 32번 했어요.”
-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이죠?
“광진은 서울에서 구로, 관악 다음으로 한국당이 열세인 지역입니다. 총선에서 한 번도 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어요. 당협 조직이 궤멸 상태죠. 제가 물려받은 책임당원이 450여 명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활동을 안 해요. 당원 조직부터 탄탄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절박함을 느꼈어요. 옛날처럼 시의원·구의원들 통해 하려고 해도 한국당 시의원이 한 명도 없고 구의원이 두 명입니다. 그래서 5월 1일부터 직접 거리로 나섰어요.”
- 보통 행인들은 가야 할 목적지가 있어서 잘 응해주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한국당이 서울에서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당연히 그런 반응일 것으로 각오하고 나갔어요.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더라고요. 오세훈이란 신상품에 대한 기대도 있는 것 같아요. 경륜을 갖춘 서울시장 출신이 와서 광진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지 않으냐 하는 것이죠. 한 번에 3시간 이상 못 합니다. 지쳐서요. 그래도 하루 평균 100명을 당원으로 가입시켰어요. 지금까지 3000명 정도가 입당원서를 써주셨어요. 그중 책임당원(※당비를 내고 당 행사에 참여하는 당원)도 상당히 많아요. 가을 내내 모집하면 영남지역 당협에 육박하는 당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 전 시장은 “내가 거리에서 당원 모집한다는 게 당에서 입소문이 나서 이제 전국의 한국당 당협들이 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서울 시정(市政)으로 화두를 돌렸다. “제가 문화시장을 자임했었죠. 기억나세요?”
“사람들은 한가하게 문화 이야기한다고 냉소를 보냈어요. 그런데 지금 보십시오. 디자인과 문화는 도시를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주죠. 사람과 돈을 끌어모으는 거죠.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임 시장이 하던 걸 취소하고 무시하면서 시정을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엉망이 되고 있죠.”
- 토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합니다만.
“시민단체들이 그렇게 폄하하고 매도했죠. 그러는 동안 시정은 다 망가진 겁니다. 국제적인 도시평가기관의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제 임기 5년 동안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30~40위권에서 10위까지 올라갔어요. 최근 30위권으로 하락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도시 중에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 도시는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이 거의 유일하죠.”
- 싱가포르는 스카이라인이라든지 외관상 멋있게 변하고 있더라고요. 관광객이 몰려오고요.
“저의 재임 시절에 서울과 싱가포르가 비슷했습니다. 도시경쟁력 순위가 거의 비슷했어요. 박원순 시장도 지금 느끼고 있을 겁니다. 본인의 잘못된 행보가 도시에 얼마나 큰 손실을 주고 시민에게 폐를 끼치는지 말입니다.”
-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요?
“노태우 정부 시절 서울 집값이 뛸 때 신도시를 만들었죠. 그런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무능하고 경험이 없고 훈련받지 못한 정권이 들어서서 잘못된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거죠.”
-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20년 전엔 4인 가구 기준으로 정책을 세웠어요. 많이 지어진 게 30평대 아파트죠. 이젠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합하면 아마 60% 가까이 될걸요. 따라서 서울에 1·2인 가구를 위한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빨리 시행하지 않으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소형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어요.”
- 서울엔 새로 지을 땅이 별로 없죠.
“제 임기 중에 개발한 마곡지구가 아마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택지였을 겁니다. 결론은 기존 노후 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1·2인 가구용 새 주택을 많이 짓는 거죠. 재건축, 재개발, 더 넓게는 뉴타운 사업이죠. 이 정부는 재건축·재개발에 적대적입니다. 자기들이 실수해 강남 집값을 올려놓고 그 원인을 재건축·재개발 탓으로 돌려요.”
- 정부는 민간 부분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을 겁니다. 그 고통은 1·2인 가구에 사는 분들이 받을 수밖에 없죠. 이 정부는 가난한 사람한테 해코지하고 어려운 사람을 힘들게 하고 청년을 좌절시키는 정책만 반복적으로 펴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무책임한 하루살이 정권이라고 합니다. 도시재생사업에 50조 원을 투자한다고 했죠. 지금 임기의 반이 흘렀어요. 느껴지나요? 도시재생사업의 효과가?”
- 글쎄요. 금방 떠오르진 않네요.
“실패했다는 이야기죠.”
- 한국당은 어떤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보나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안을 제시해야겠죠. 나랏돈 들이지 않고 주택 부족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어요. 공급이 늘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죠. 정체 상태에 있는 서울을 변화시킬 수 있고요. 한국당은 정책으로 이 정부와 각을 세워야 해요.”
안보 문제와 관련해 오 전 시장은 “많은 분이 하는 이야기는 생략하겠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거의 아침인사 격이 되고 있다. 북한은 ‘핵의 기정사실화’로 나아가고 있다. 문 대통령이 도발에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해 관심거리가 아니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은 내년 재선 선거로 100% 꽉 차 있을 겁니다. 그는 북한 핵 폐기에 대한 기대를 접었을 겁니다. 대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김정은을 더 잘 다룬다는 점을 미국의 전문가가 아니라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 거죠.”
“손톱만큼도 손해 안 보고 어떻게 바꾸나”
-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계속 하는 이유는?
“핵보유국이 신경 쓰는 게 상대국의 방어체계죠. 한국형 3축체계는 쏘기 전에 원점을 타격하고 쏘면 날아오는 걸 맞히고 피격되면 대량응징보복을 하도록 예정돼 있어요. 60조 원을 쏟아부어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죠. 그런데 북한은 자신의 핵미사일이 격추될 일말의 가능성조차 없애 한국에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자 계속 실험하는 것 같아요. 불규칙하게 날아오고 낮게 날아오고 탄두가 여러 개로 쪼개지고…. 우리의 3축체계를 무력화하는 실험이고 ‘무릎을 꿇어라’라는 메시지죠.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수장들은 ‘북한이 대화에 나올 조짐’이라는 잠꼬대 같은 말을 하고 있어요.”
오 전 시장은 핵 무장론을 펴왔다. 미국 국방대학 측에서 한국과의 핵무기 공유 개념이 제기된 것에 대해 그는 “미국도 북핵 폐기가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 한국이 제재를 피해 핵을 개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극복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한국에 제재를 가하면 불편과 피해가 세계로 번져갈 수밖에 없어요.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핵을 폐기하기 위해선 한국이 핵을 갖고서 북한과 같이 폐기하자고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죠.”
- 미국 중거리미사일의 한국 배치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전술핵 한국 배치와 같은 맥락이죠. 미국엔 중국에 대한 견제 수단이 되죠. 최대 현안인 북한 핵을 폐기시킨다고 해도 한국은 핵이 필요해요.”
- 그건 왜죠?
“한반도 위에 있는 중국의 군사력이 한국의 군사력을 압도하기 때문이죠. 한국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해요. 미국과 분위기를 잘 만들면 핵무장이나 전술핵 배치가 불가능하진 않다고 봐요.”
- 중국은 미국이 중거리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면 한국에 경제제재를 가하겠다는 태도를 밝혔죠.
“손톱만큼도 손해를 안 보고 어떻게 패러다임을 바꿉니까? 북한의 무지막지한 공갈협박에 죽어지내는 이 국면을 타개할 수 있습니까? 중국이 지금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압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혼자 밥 먹고 왔잖아요. 국격을 회복하고 자존심을 회복하려면 한번은 겪어야 할 일입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이뤄내는 게 외교고 안보인 거죠.”
“김정은 방남 반대할 필요 없어”
- 청와대는 그것을 배치할 일이 없다고 했는데요.
“이 정부에는 바랄 게 없죠. 스스로 선택지를 다 좁혀놨어요. 핵 개발과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조차 않죠. 금기시하죠. 민주당 사람들은 자기들이 구걸해서 얻은 평화를 가지고 평화가 왔는데 무슨 핵이냐고 하죠. 한국당은 핵무기 공유와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핵무장을 내걸어 안보정책에서 정부 여당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정은 서울 방문과 관련해, 오 전 시장은 “하나 남은 게 그건데 올 것이다. 방남(訪南)을 반대할 필요도 없다. 왔다 가면 오히려 국민은 북핵엔 백약이 무효라는 걸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왔다 가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핵 개발 카드를 이제 안 쓸 수 없습니다. 이것저것 다 해봤지 않습니까? ‘아. 이젠 안 되겠다. 우리가 핵을 가지는 거 외에는 타개책이 없다’는 여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겁니다.”
- 일본과의 무역전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문 대통령은 이 한일 갈등 국면에서 지지율이 조금 회복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면 안 됩니다. 일본과 갈등 국면에선 우리 지도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국민들의 깊은 이해심과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지 결코 이렇게 한일관계를 갈등 국면으로 몰아넣은 것을 잘했다고 박수 치는 게 아니죠. 임진왜란 이후 1712년 조선 사신단이 일본을 찾았을 때 오사카 난전에 ‘징비록’을 쌓아놓고 파는 것을 봤어요. 문재인 정부는 한국을 철저히 연구하는 일본의 이런 준비성을 알아야 합니다. ‘손 한줌’이라며 정신승리할 게 아니라요.”
- 최근 러시아 공군이 독도 영공을 침범하기도 했죠.
“한미동맹에 드디어 균열이 생겼다는 국제적 평가가 나옵니다. 러시아가 한국을 우습게 여기는 이유죠. ‘때가 왔다’고 여기는 것이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동맹을 월세 취급하고 문 대통령에게 조롱에 가까운 말을 하고요.”
주요 공직자 인사와 관련해 오 전 시장은 “문 대통령은 분열적 사고를 하는 조국 전 민정수석을 중용한다. 대통령이 선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국민화합을 원치 않는 유형의 지도자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참모들이 대체로 분열적이거나 이념적이거나 전문성이 없다. 한국이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평했다.
한국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과 관련해 오 전 시장은 “황교안호(號) 출범 이후 대안세력으로서의 신뢰감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황교안호 대안세력으로서의 신뢰감 못 만들어”
[홍중식 기자]
- 총리와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낸 국정경험 등 황 대표의 장점이 많죠.
“그분의 장점이라면 안정감이죠. 오랜 공직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신뢰감. 정치권에 들어와 자유한국당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승화된다면 아마 안착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그 작업에 실패하고 있다는 조짐이, 평가가 이제 나오기 시작해요. 행정가로서의 신뢰감이 정치인으로서의 신뢰감으로 전이되지 않는다는 실망감이 투사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요.”
- 지난번 전당대회 때 황 대표와 경쟁하면서 ‘중도 표심’을 강조했죠?
“중도부터 지지를 얻어야 당 지지율이 상승하니까요. 저는 황교안 후보가 대표가 되면 보수의 정체성 강화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중원으로의 외연 확장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해왔어요.”
- 그 예측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지율 하락이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뜻인가?
“그렇죠. 지금 황 대표가 애쓰고 있잖아요. 노력하잖아요. 하루도 안 쉽니다. 그분 머릿속에는 청년으로 진격한다는 목표가 뚜렷해요.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내려오는 지침을 보면 공무원식으로 접근해요. 청년 당원을 몇 명 확보해 보고해라. 여성 당원들을 여성 페스티벌에 보내라…. 그렇게 쉽게 마음을 얻는다면 그전의 대표가 벌써 다 했죠.”
오 전 시장은 “둘러싸여 있는 분들의 면면을 한번 보라. 보수 정체성 강화가 내년 선거 승리의 가장 중요한 묘책이라는 생각을 하는 한 해법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 영남에선 당 지지율이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수도권이죠. 수도권 민심은요, 탄핵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표를 주지 않습니다. ‘잘못을 인정합니다. 극복하겠습니다’라고 해야죠. 제가 전당대회 때 ‘박근혜를 극복하지 않고는 총선 승리는 없다’라고 말해 패배했지만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잘못한 게 없다. 탄핵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면 중도층의 마음조차 얻을 길이 없어요. 이 점을 분명히 할 때 비로소 수도권에 접근할 수 있어요. 무슨 제스처를 취한다고 마음을 엽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야당 대표의 유일 화력이 입인데”
- 한국당의 경계를 허물어야 하나요?
“많이 허물어야죠. 우리가 제1야당이니 우리 울타리 안으로 당신들이 들어와라. 이런 스탠스로 접근하면 정치 지형이 바뀌지 않을 겁니다. 보수의 분열은 필패죠. 그렇다면 관건은 포용입니다. 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계는 당 대 당 통합까지 생각하고 있겠지만, 적어도 그 지지율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줘야 한다고 봐요.”
- 합당?
“합당이면 좋죠. 상응하는 절충점을 찾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중도를 포용할 수 없어요.”
- 일부 언론에선 대표가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그런 냉엄한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8월 말이 되면 6개월이 됩니다. 보통 6개월은 유예기간으로 설정하는 것이고요. 그 6개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추석이 고비가 되겠죠. 추석이 지나면 정치권의 냉정한 평가가 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제가 체감하는 수도권 위원장들의 위기감은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어요. 황교안 대표 앞에 가면 아무도 입바른 소리를 못 해요. 공천권을 쥐고 있는 막강한 대표니까요. 그러나 삼삼오오 모여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에요. 입에 달고 살아요. ‘어떻게 해야 되냐. 큰일 났다’ 모이면 나오는 거예요.”
- 당은 황 대표의 백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구두로 기자들에게 배경 설명을 해주는 것)을 없앴는데요.
“제1야당의 대표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화력이 입입니다. 입 말고 뭘 갖고 있습니까? 우리가 권력을 갖고 있습니까? 행정조직을 갖고 있습니까? 야당은 대표 외에 그런 화력을 낼 수 없어요. 대표가 실수의 확률을 줄이기 위해 말할 기회를 스스로 줄인다, 이것은 스스로 화력을 내려놓는 겁니다.”
- 원고를 보고 말하기보다는 라이브로 말해야 듣는 사람도 몰입할 텐데요.
“안타깝죠.”
- 당이 어떻게 해야 수도권 시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보나요?
“선거에선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 번째 구도. 구도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느냐. 두 번째는 인물입니다. 어떤 사람의 얼굴 자체가 정체성과 정책을 상징하죠. 세 번째는 정책이죠.”
- 세 기준으로 보면 어떻습니까?
“제가 일찌감치 말했던 것처럼 이른바 ‘황교안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구도에선 오히려 가운데에서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어요. 인물에선 친박계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황 대표를 감싸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어요. 여기서 많은 국민이 ‘아, 그럴 줄 알았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정책 측면에서도 국민의 머리에 각인될 만한 정책을 제시한 적이 없어요.”
-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기도 사실 바빴으니까요. 대안을 지적할 필요도 없었거든요. 워낙 많은 실정을 해주니까. 그러나 그게 한국당에 독약이 됐어요.”
“냉철한 현실감각”
- 총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가 논란이 될 것 같은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애국심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분이 지금 우려하고 있어요.”
- 보수 분열을 우려?
“보수 분열을 의도해 석방이든 사면이든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복원시킬 것이다. 그것으로 총선 필승을 노릴 것이다. 이런 음모론이 시중에 퍼지고 있죠. 박 전 대통령이 정치 인생에서 마지막 기로에 설 것 같아요. 그분이 애국자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분의 애국심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요.”
-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무서운 이야기죠.”
오 전 시장은 “냉철한 현실감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라고 했다.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