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
올해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가난한 옹기장이 아들로 태어나 추기경 자리에 올랐지만 평생 가난한 사람임을 잊지 않고 나눔을 실천하고 지혜와 사랑의 말씀으로 살아 있는 시대정신을 보여줬다. 김 추기경은 일생 동안 낮은 곳을 살피며 큰 사랑을 베풀고도 스스로를 ‘바보’라고 책망하면서 자신의 사랑이 모자람을 항상 부끄러워했다.
낮은 위치에 있을 때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성직자가 스스로를 낮추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추기경은 항상 언행의 일치에서 나오는 겸손과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의 큰 힘을 우리에게 일깨워줬다.
광복 이후 세계 최빈국이던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하던 시절, 인권신장과 민주화의 중요한 고비마다 김 추기경은 바른 길을 제시하고 겸손한 바보 사랑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우리나라가 사면초가에 빠진 것 같다고 걱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러한 냉혹한 국제상황에서 온 국민이 단합하여 헤쳐 나가도 어려운 때에 갈등으로 사분오열된 상황이 더욱 염려스럽다.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엄중한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던 김 추기경 같은 큰어른의 역할이 새삼 그리워진다.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