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매거진M이 2017년 2월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를 분석한 글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 이방인으로 살던 탈북민들이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TV 예능의 주인공이 된 ‘이만갑’은 그 자체로 파격이었다. 탈북민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놓았다. 그 ‘이만갑’이 18일로 400회를 맞았다.
▷‘이만갑’ 속 재기 넘치는 탈북 여성들의 수다에는 웃다가 울리는 유머 코드가 있었다.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탈북민이 출연했다. ‘북한 김태희’ ‘북한 심은하’가 탄생했다. ‘북한 심은하’로 불리며 7년간 출연 중인 신은하 씨와 그의 언니 은희 씨 자매는 고운 외모에선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우여곡절을 겪고 한국에 왔다. ‘이만갑’을 탄생시킨 채널A 이진민 PD는 “보통 20대 아가씨가 경험할 수 있는 고통의 총량이 넘는 기억을 갖고 있는데도 참 밝았다”며 “온갖 고초를 겪은 탈북민들이 삶에 대한 희망, 가족에 대한 사랑을 순수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토크쇼’로도 통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첫 방송부터 ‘이만갑’을 진행해 온 MC 남희석 씨는 “언젠가 두만강, 백두산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방송하고 싶다”며 400회를 맞이한 소회를 밝혔다. 아마 출연자들은 더욱 간절할 것이다. ‘이만갑’ 5주년 특집에 출연했던 최종숙 씨는 “통일이 딴 게 있겠느냐. 어디든 맘대로 가고, 누구든 맘껏 만나고. 하루빨리 평양 가서 이만갑 찍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만갑’ 출연자들이 북녘에서 마음껏 웃고 떠들며 끼를 발휘하는 그날,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