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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덥석 물지 않았어[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입력 | 2019-08-19 03:00:00


미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오른쪽 사진)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트 부티지지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 사진)에게 담당 스타일리스트가 돼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일화를 소개했다. 사진 출처 보그 및 데일리메일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한국인에게 선거 하면 친숙한 풍경이 있습니다. 후보들은 너도나도 시장으로 달려가 바쁜 상인 데려다놓고 악수를 하고 국밥도 먹습니다. 그런가 하면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어설픈 율동을 선보이며 몸치임을 증명하는 후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당 후보들을 보니 시장에 가는 이도 없고, 율동을 선보이는 이도 없습니다. 미국의 선거유세는 이런 겁니까.

△“No one is having more fun on the trail than Andrew Yang.”

사실 율동을 선보인 후보가 한 명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백만장자 앤드루 양 후보는 여성 표를 잡겠다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 중 ‘재저사이즈’(에어로빅과 비슷) 수업에 참가합니다. 아줌마들 사이에서 유명 힙합 댄스곡 ‘큐피드 셔플’에 맞춰 열심히 춤추는 양 후보. 더 격렬하게 움직여야 하는 줌바댄스가 아닌 것이 다행입니다. 캠페인 매니저는 “앤드루 양만큼 선거유세를 즐기는 후보는 없다”고 자랑합니다. 여기서 ‘trail’은 ‘campaign trail(유세 여정)’을 의미합니다.

△Me running for the bathroom when the movie is over.

선거유세에서 사회자가 이름을 부르면 후보가 청중들 사이를 가르고 뛰어옵니다, 사실 뛰는 흉내만 내는 것이지 손도 흔들고 사진도 찍으며 여유롭게 걸어 나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는 다릅니다. 최근 뉴햄프셔 유세에서 100m달리기 주자처럼 쌩하고 달려 나와 어느새 연단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70세라는 나이답지 않은 젊은 활력을 과시하고 싶었을까요. 워런 후보가 열심히 달리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자 소셜미디어에 답글들이 넘쳐납니다. 그중 하나는 ‘꼭 영화가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는 내 모습 같다.’

△“He didn’t bite.”

소박한 시골 분위기를 풍기는 피트 부티지지 후보. 반면 도회적 분위기가 철철 넘치는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 이 둘은 패션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톰 포드는 부티지지 후보의 칠칠치 못한 패션을 보고 자신이 스타일리스트가 돼주겠다고 제안하지만 거절당합니다. 톰 포드는 보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물지 않았어”라고 말합니다. ‘Bite’는 ‘매력적인 제안을 덥석 물다’라는 뜻입니다. 저소득층과 소수계층이 주요 지지그룹인 부티지지 후보가 톰 포드를 스타일리스트로 둔다면 표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잃는 것이 되겠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