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버트 쿠옥 페이스북 갈무리
샹그릴라 호텔 회장이자 말레이시아 최고 갑부인 로버트 쿠옥(95)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의 만행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16일(현지시각)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제강점기 시절 자신이 겪었던 일본의 만행을 증언했다. 쿠옥은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약 50km 정도 떨어진 울루 티람 마을에서 일어났던 학살에 대해 자세히 묘사했다.
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를 침공한 일부 일본 군인이 마을에 들어와 소녀들을 만졌고, 이에 주민들이 항의했다. 일본군은 돌아갔다가 며칠 후 트럭 3대에 60~80명 정도 되는 인원으로 다시 마을에 왔다.
쿠옥은 “일본 군인들은 마을을 둘러싸고 모든 사람들을 학살했다”며 “희생자 중에는 학교 선생님을 포함해 내가 아는 사람이 15~20명 정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자신과 함께 중국학교에 다니던 반 친구들도 살해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학생들이 일본인들에게 강간당하고 온 가족과 함께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 운동장에 묻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일본인들이 일제가 말레이시아를 점령함으로써 영국의 식민통치에서 해방시켜줬다며 말레이시아인이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쿠옥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입장이 돼 생각해보라는 것”이라며 “당신의 어머니, 여자형제, 아내, 여자친구가 짐승 취급당했다면 어떨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믿고 싶어하는 것을 바꿀 수 없기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일본 기업과 함께 일했고, 일본 국민을 이해하며 일본의 친구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들이 멍청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런 끔찍한 악행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