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추트레인’ 추신수(37·텍사스)가 메이저리그(MLB)에서 아시아 타자로는 최초로 3시즌 연속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추신수는 19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미네소타와의 안방경기에서 2-3으로 뒤진 7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구원투수 샘 다이슨의 시속 154km 패스트볼을 밀어 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11일 밀워키전 이후 7경기 만에 홈런을 치며 대기록을 달성했다.
MLB 3시즌 연속 20홈런은 아시아 타자로는 추신수가 처음이다. 마츠이 히데키(45) 등 일본프로야구를 정복한 선수들이 빅리그로 옮겨 도전장을 던져 많은 홈런을 쳤지만 꾸준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2017년 22홈런을 터뜨린 추신수는 지난해 21홈런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0홈런을 달성하며 기복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기록으로 추신수는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시즌을 ‘7시즌’으로 늘리며 마츠이(5시즌)와의 격차도 벌렸다.
123경기를 치른 텍사스가 시즌 종료까지 39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117경기에 나서 20홈런(경기 당 0.17개)을 친 추신수는 앞으로 6~7개의 홈런을 추가할 수 있다. 자신이 2010, 2015, 2017시즌에 기록한 MLB 개인 최다인 22홈런도 경신할 수도 있다.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추신수가 지난해 전반기에만 18개의 홈런을 쳐 ‘커리어 하이 홈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시즌 후반기 홈런 페이스가 뚝 떨어진 경향이 있었다. 올해는 몰아치기가 없지만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충분히 기록 경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마흔을 바라보지만 상황 적응력이 뛰어나고 똑같은 훈련 루틴을 유지하고 있는 게 꾸준한 장타력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디딤 발을 들었다 내린 뒤 타격하는 ‘레그킥 타법’을 장착한 추신수는 몸쪽 공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 시 좌익수 방향으로 디디던 오른 발을 중견수 방향으로 약 10cm 옮겼다. 이로 인해 좌타자인 추신수가 밀어서 치는 홈런보다 힘을 실어 제대로 당겨 치는 홈런도 제법 볼 수 있었다. 6월 한때 3할을 기록하던 타율이 최근 2할6푼대 까지 떨어지자 추신수는 과거의 ‘밀어치는’ 모습으로 부진에서 탈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추신수는 프로 초창기부터 경기가 있는 날에는 오전 4시 반부터 경기장에 나가 훈련을 시작한다. 루틴을 넘어선 ‘습관의 힘’이 오늘의 추신수를 만든 것이다. 송 위원은 “나이가 먹어도 20대 때와 같은 훈련을 매일 하고 있어 아직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불거진 아들 국적포기 논란에 추신수는 최근 처음 입을 열었다. 17일 미네소타전 이후 추신수는 “(병역 문제가) 민감한 것은 알고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 선택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가족들이 나를 위해 희생하며 살았는데, 이제 내가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한다”며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