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의자가 서울지방경찰청에 들러 자수했지만, 민원실 직원이 인근 종로경찰서에 자수하라고 안내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자칫 피의자를 놓칠 수도 있었던 만큼 경찰의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모텔 투숙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모텔 종업원 A씨(39)는 자수하기 위해 17일 오전 12시 55분께 서울경찰청에 갔다.
A씨는 민원실을 찾아가 자수 의사를 밝혔다. 이에 민원실 직원이 ‘뭐 때문에 자수하러 왔냐’고 묻자 A씨는 ‘강력 형사에게 이야기하겠다’고만 답했다.
민원실 직원의 거듭된 질문에도 A씨가 답하지 않자 직원은 A씨에게 인접한 종로서로 가라고 안내했다.
서울경찰청 민원실에는 의경 2명과 일반 당직근무자 1명이 근무 중이었다. 일반 당직 근무자는 경사급으로 수사 부서가 아닌 일반 부서 소속으로 전해졌다.
1~2분간 서울경찰청 민원실에 머물던 A씨는 민원실을 나와 종로구 경운동의 종로서로 이동했다. A씨는 1시 5분께 종로서에 도착했고, 종로서는 오전 2시 30분께 A씨를 관할경찰서인 고양경찰서로 이송했다.
자수하러 경찰청에 들른 A씨를 돌려보낸 것에 대해 경찰은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자수하러 온 민원인을 원스톱으로 처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면서 “감찰 조사를 해서 엄중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자신이 일하는 모텔에서 B씨(32)를 둔기로 살해한 뒤 텔 방에 방치하다 시신을 여러 부위로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1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부근에서 피해자의 몸통 시신이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16일 오전에는 시신의 오른팔 부위가 한강 행주대교 남단 500m 지점에서 검은 봉지에 담긴 채로 발견됐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