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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진에 와르르… 상장사 영업익 37% 줄었다

입력 | 2019-08-20 03:00:00

[커버스토리]코스피 574개사 우울한 상반기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전 세계 교역 부진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들이 올해 상반기(1∼6월)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큰 기업과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이 일제히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분기(4∼6월) 들어서면서 실적 둔화세가 가팔라진 데다 하반기에도 미중 갈등의 격화와 일본의 경제 보복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 실적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37%↓…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급감


1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74개사(금융사와 합병기업 등 68개사 제외)의 상반기 매출액은 988조2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3%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5조581억 원으로 37.09% 줄었다. 각종 비용을 빼고 남은 순이익은 37조487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95% 감소했다.

이에 매출액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올렸는지를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8.93%에서 5.57%로 3.36%포인트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도 3.79%로 전년 대비 2.91%포인트 줄었다. 기업들이 외형은 비슷하게 유지했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것이다.

1분기(1∼3월)보다 2분기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43%와 47.57% 줄었다. 1분기 영업이익(―36.88%)과 순이익(―38.75%)보다 감소 폭이 더 커진 것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관련 업종의 부진이 뼈아팠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55.63% 감소했으며 SK하이닉스는 88.56% 줄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두 회사의 실적 악화로 반도체 관련 업종의 실적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체 시장 이익률이 내려갔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분류한 17개 업종 중 14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전기전자를 비롯해 화학, 운수창고 등과 내수가 중심인 건설업, 종이목재, 전기가스 등의 영업이익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실적이 별도로 집계되는 41개 금융사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이 15조784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8% 줄었다. 금리 인하에 따라 손실이 커진 보험사들의 영업이익이 42.19% 줄어든 게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증권사와 은행의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다.

○ 하반기 전망도 암울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그 수위가 높아졌고 환율전쟁까지 겹치면서 해결 방안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조치로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업종의 추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224곳 가운데 61.2%인 137곳이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표하기 직전인 6월 말보다 3분기(7∼9월) 영업이익 전망치가 낮아졌다. 주요 상장사 절반 이상이 한일 갈등의 직간접적인 충격을 받는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최근 전망치는 4327억 원으로 6월 말 전망치인 9104억 원보다 52.5% 줄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6%, LG전자는 20.8% 감소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도 실적이 좋아질 만한 요인이 뚜렷하지 않다. 국제 경제 상황과 미중 갈등의 향방,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건혁 gun@donga.com·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