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3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다시 만난다. 이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 회담 이래 18일 만이다. 이번 회담은 한일관계의 향방을 가름할 중대한 일정들을 목전에 두고 열린다.
24일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시한이고 28일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시행일이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쪽의 대응 방향도 180도 달라질 수 있고 향후 양국 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이다. 7월 초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마주 보는 열차처럼 최악으로 치달아온 한일관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계기로 잠시 호흡을 고르며 전환점을 모색해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규제 부당성을 비판하면서도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선다면 기꺼이 손을 잡겠다”고 제안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국내 일각의 폐기 주장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연장 여부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고 일본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동북아 안보 체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당연히 이론 없이 연장되는 게 맞는 사안이다. 이 협정에 대해 일본 정부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고 미국도 연장을 원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다행히 일본에 대한 강경한 비판을 자제하고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이후 일본 일부 언론과 지식인 사이에서도 대화와 수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계기로 보복전쟁에 종지부를 찍고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이런 중요한 고비에 열리는 이번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만남이 되어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실낱같은 대화 모멘텀이라도 살려내 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