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73개 실험-67시간 드는 연구, 대학 연구소에서 2주간 실험 참여 전문가 “고교생이 쓰기 어려운 논문”… 조국딸, 논문등재 이듬해 대학 입학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의 딸 조모 씨(28)가 고교 재학 중이던 2008년 대한병리학회에 영어 논문을 제출하고 이듬해 이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당시 한영외고 유학반에 재학 중이던 조 씨는 충남 천안시의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했으며 이때 연구소의 실험에 참여했다. 이후 단국대 의대 A 교수를 책임저자로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A 교수와 조 씨 등 6명이 저자인 이 논문은 이듬해 3월 정식으로 국내 학회지에 등재됐다.
본보가 이 논문을 입수해 분석을 의뢰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논문 연구를 위해 최소 273개 실험에 67시간 이상 투여가 필요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 씨가 인턴으로 근무하기 이전인 2002∼2004년 단국대병원에서 신생아 중 37명의 HIE 환아와 54명의 정상 신생아의 혈액 시료가 채취됐다.
2005∼2006년 미국 학교를 다니다가 귀국한 뒤 2007년 한영외고에 입학한 조 씨는 학회지 논문 등재 1년 만인 2010년 3월 수시전형에 합격해 대학에 입학했다. 조 씨는 대학 입학 과정에서 자기소개서에 제1저자로 논문에 등재된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실험 디자인과 결과 해석을 고등학생 신분이던 조 씨가 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논문의 책임저자인 A 교수는 본보 기자와 만나 “제가 많이 도와줬다. 논문 제출 당시 조 씨가 조 후보자의 딸인지는 몰랐다”고 했다. 공동저자로 등재된 B 교수는 “진짜 충격이다. 그 학생(조 씨)이 1저자로 올라갔느냐”고 말했다.
조 후보자 측은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딸이 다닌 고교 차원에서 A 교수와 연락해 만들어진 인턴 프로그램”이라며 “딸의 논문 등재 과정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신동진·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