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요즘 일주일에 한 번 명상을 하러 간다. 도착하면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제출한다. 현대인들에겐 돈을 내고 스마트폰을 뺏기는 사업이 절실한데 명상원이 그 선두주자다. 그렇게 각자 자리를 잡고 방석 위로 올라가면 준비 완료. 지각은 안 하는 게 좋다. 첫 10분 동안 너무나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명상’이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한다. 숨을 느낀다. 말은 시적(詩的)이나 실상은 콧구멍 사이로 드나드는 공기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이다. 은근히 어렵다. 당최 집중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주식 안 했으면 카메라 사는 건데. 떨어졌을 때가 기회일까. 휴가는 언제 가지.’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나를 발견한다.
“우리가 생각이라고 부르는 건 모두 과거나 미래에 관한 일이랍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이뤄진 허구의 세계에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지금 여기로 돌아오세요.” 회사에서 일을 못 끝내고 와 마음이 무거운 사람부터 이별해 울다가 온 사람까지. 이 공간에서 짧은 의식을 치르고 나면 사람들 얼굴은 잠에서 덜 깬 강아지처럼 된다. 무언가를 깨닫거나 더 나은 내가 되는 게 명상의 목표라 생각했는데, 그저 마음 놓고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거였다니. 마음이 공허할 때마다 계속 밖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이젠 안에서 찾으려는 나를 발견한다.
마음 체크인이 끝나면 본격적인 명상이 시작된다. 선생님의 가이드에 따라 한 시간을 가만히 눈 감고 호흡한다. 어떤 날은 졸기도 하고, 몸의 감각들이 느껴져 저릿하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귀하다. 어쩌면 그 시간을 돈으로 사는지도 모른다.
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