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속도 붙는 ‘법인차 모빌리티’
#1. 건설회사 A 기업 실무팀은 지방 출장 때 예전처럼 법인 차를 쓰고 회사까지 가져다 놓거나 기차역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탈 필요가 없어졌다. ‘쏘카 비즈니스’ 계약을 맺으면서 쏘카를 필요한 만큼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 3700여 곳 쏘카존을 ‘법인차 주차장’처럼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 정보기술(IT) 기업들 사이에선 업무용 차량 서비스인 ‘카카오T 비즈니스’가 기업 콘퍼런스나 임직원 대상 행사에 자주 쓰이고 있다. 핀테크 기업 B사는 지난 송년 행사 때 업무용 카카오 블랙 100대를 예약해 임직원 가족 의전용으로 써 호평을 받았다.
20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법인 차량 대신 모빌리티 차량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법인 모빌리티 시장’이 조용히 커지고 있다. 회사 입장에선 법인 차로 나가는 고정 비용과 영수증 처리 등 잡무를 줄일 수 있고, 직원 입장에선 차를 쓴 뒤 굳이 회사까지 반납하러 가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기업 회원 전용 ‘카카오T 비즈니스’를 내놓으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회사가 가입하면 이용자의 기존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 화면에 자동으로 ‘업무’ 버튼이 생겨난다. 이 버튼을 눌러 외근이나 야근 등 이용 목적을 선택하고 업무 택시를 부를 수 있고 비용은 법인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올해 7월 기준 3000여 기업이 이용 중이다. 이에 더해 카카오는 카카오T 업무블랙, 카카오T 업무대리 등 법인 서비스들을 연달아 내놓으며 출장과 외근, 의전 등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들을 카카오T에서 모두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법인 시장 모델이 없던 ‘타다’도 기업에서 꾸준히 장기계약 문의가 이어지자 12일부터 ‘타다 비즈니스’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팀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승합차(카니발)를 제공한다는 점과 차량 내부에 와이파이가 터진다는 게 장점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서비스 개시 이전에도 스타트업이 많은 판교 등에서는 직원 복지로 타다 이용을 하게 해주는 회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법인 차를 모빌리티 서비스로 대체하면 법인차 비용 외에 주차 부담, 환경 분담금 비용 등 장기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생활용품 기업 깨끗한나라는 6월 사옥을 이전하면서 모든 영업직에 제공하던 업무용 주차 공간을 제공할 수 없게 되자 대신 주차장에 쏘카존을 들이고 쏘카 비즈니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경우 영업사원들은 자기 차 대신 쏘카 차량을 이용할 수 있고, 회사는 교통 유발의 원인이 되는 시설물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교통유발 부담금을 최대 1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차량 소유의 개념이 공유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보니 법인들도 소유 대신 공유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존 법인 차에 비해 비용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 모빌리티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