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의 성장비결
정경윤 작가의 원작 웹 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작은 사진)는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웹툰과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페이지 제공
지난해 박서준, 박민영 주연으로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원작은 2013년 로맨스 소설 인터넷 커뮤니티 ‘로망띠끄’에서 최초로 연재된 웹 소설이다. 이 소설은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재연재되면서 단숨에 밀리언셀러로 올라섰다. 카카오페이지가 발굴한 스토리 한 편이 웹툰과 드라마로 2차 제작돼 성공하고, 다시 원작인 웹 소설까지 역주행 흥행시키면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보여준 모범 사례다. 단 한 편의 스토리가 웹툰과 소설로 제작되면서 벌어들인 누적 매출액이 100억 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카카오페이지는 ‘달빛조각사’, ‘황제의 외동딸’ 같은 인기 웹 소설을 줄줄이 웹툰으로 제작해 흥행시키면서 국내 최대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9년 현재 카카오페이지에는 개인 작가, 출판사 등 1300개 이상의 콘텐츠 공급자(CP)들이 제공한 6만 개 이상의 누적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특히 콘텐츠 플랫폼은 ‘콘텐츠=공짜’라는 인식 때문에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콘텐츠를 무료로 서비스하는 대신 트래픽을 확보해 광고 수익을 추구하는 우회로를 택한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지는 유료 콘텐츠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플랫폼으로서 콘텐츠를 단순히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CP에 투자해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소설을 웹툰과 드라마, 영화 등으로 2차 제작함으로써 플랫폼을 IP비즈니스의 허브로 발전시키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78호(2019년 8월 1일자)에 실린 카카오페이지의 성장 비결을 요약 소개한다.
○ 이용권 개념 도입해 작품 분절
이런 방식은 모바일에서 짧은 호흡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한 소비자들의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이용권 모델이 도입되면서 소비자는 콘텐츠를 짧게 소비하면서 작품이 본인의 취향에 맞는지 저렴한 가격에 테스트해볼 기회가 생겼다. 또 스마트폰이란 제한된 화면 공간에서 짧은 시간 단위로 소비하는 것은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 ‘기다리지 않는 시간’을 팔다
카카오페이지의 유료 모델은 결정적으로 2014년 11월 도입한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 일명 ‘기다무’를 적용하면서 성공했다. 기다무는 고객이 보유한 이용권이 소진된 시점에서 일정한 주기, 예컨대 1주일이 지나면 1회차 이용권을 자동 충전해주는 모델이다. 이전까지 콘텐츠 무료 제공 서비스는 ‘여기까지만 무료’라고 고객에게 통지하는 모델이었다. ‘여기까지만 무료’ 모델이 고객에게 결제 여부를 한 번만 고민하게 했다면 ‘기다리면 무료’ 모델은 주기적으로 수차례 고민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었다. 이 또한 애니팡에서 게임 이용권인 하트가 자동 충전되기까지 기다리지 못한 사람이 친구에게 하트를 구걸하거나 결국 하트를 결제하던 행태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 대표는 “콘텐츠가 마음에 들면 기다리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유저가 결제를 하게 되는데, 이때 유저는 콘텐츠를 ‘기다리지 않고 보는 시간’을 구매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기다무’ 모델을 적용한 뒤 카카오페이지의 연간 거래액은 2014년 130억 원에서 2018년 2200억 원으로 17배가량으로 뛰었다.
○ 사용자-광고주-CP 상생 모델 구축
하지만 이용권과 기다무 모델을 도입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CP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었다. 카카오페이지는 우수한 CP에 수억 원을 선투자해 인기 작품을 확보하는 동시에 CP가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예컨대 CP가 다른 플랫폼에도 작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판로를 열어주거나 단발성 계약을 활성화해 연재 부담을 줄이는 식이었다.
2018년 영화, 방송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까지 도입한 카카오페이지는 만화, 소설, 영상을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0년에 걸쳐 1조 원대 회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한류, ‘케이스토리(K-story)’로 승부해 기업가치 10조 원대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