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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현대 조화 이룬 모던한복 나풀나풀… 외국인도 “원더풀”

입력 | 2019-08-21 03:00:00

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1> ‘나풀나풀by진’ 김미진 대표




김미진 나풀나풀by진 대표가 가게 안에서 철릭원피스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반려견에게 한복을 입힌 모습이 이색적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전통시장을 무턱대고 ‘낡고 고루한 장터’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요즘 창업의 무대로 전통시장을 선택한 청년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들, ‘청년사장’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꺾이지 않는 열정을 무기로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전통시장의 모습을 확 바꿔놓은 청년사장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대전중앙시장은 대전권 최대의 전통시장이다. 어느덧 역사가 100여 년에 이른다. 푸드, 패션, 오락 등 이 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수만 명에 이른다.

2017년에는 이 시장 안에 ‘청년구단’이라는 청년창업몰이 문을 열었다. 야구를 테마로 한, 일종의 스포츠 펍이다. 그러니 먹고 마시는 매장이 많다. 그 매장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한복을 진열한 가게가 눈에 띈다. 바로 ‘나풀나풀by진’이다.

나풀나풀by진에 전시된 한복은 전통한복과 생김새가 다르다. 김미진 대표(36·여)는 가게를 ‘모던 한복 편집숍’이라 했다. 김 대표는 “한복과 모던,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형태의 한복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개량한복이란 말을 많이 썼지만 김 대표는 ‘생활한복’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김 대표는 한복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대학 시절에는 광고홍보를 전공했다. 자동차부품 회사에 취직했고 해외 물류를 담당했다. 직장생활 11년 차에 버킷리스트 열 가지를 적어봤다. 그중 하나가 ‘한복 입고 해외여행 하는 것’이었다. 왜 한복일까. 그 어떤 옷도 치맛자락이 나풀대는 한복만큼 멋스럽고 우아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는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이 꿈을 실천했다. 2017년 3월 발칸반도로 여행을 떠났다. 당연히 여행 내내 한복을 입었다. 외국인이 신기해하는 표정을 지었고, 이내 관심을 보였다. 그때 그는 ‘한복 창업’에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다.

귀국한 후 곧바로 한복학원에 등록했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한복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그러기를 3개월. 드디어 혼자 힘으로 한복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만들고 그리기를 좋아한 ‘재능’ 덕분에 한복 제작 기술을 빨리 습득한 것.


2017년 9월 말, 마침내 가게를 열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혼자 한복을 제작하니 매장에 진열할 물량을 마련하기도 벅찼다. 일단 3개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제품으로 매장을 채웠다. 홍보는 더욱 어려웠다. 김 대표는 제품을 알리기 위해 전국의 플리마켓이며 행사장을 뛰어다녔다.

특히 경기 수원화성에서 매주 수요일 열리는 플리마켓은 빼놓지 않았다. 친정이 있는 곳인 데다 외국인이 많이 찾기 때문. 외국인에게 먹힐 거라는 그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외국인들은 ‘원더풀’을 연발하며 한꺼번에 몇 벌씩 사갔다.

2018년은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갔다. 첫해 매출이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아직까지는 투자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풀나풀by진은 다음 달로 창업 두 돌을 맞는다. 올해는 1억 원 이상 매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김 대표는 자신했다.

최근에는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일단 온라인 쇼핑몰을 연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몰에 입점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복 대여몰을 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반려견 한복 사업도 시작했다. 이 아이템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청년상인 도약 지원사업으로도 선정됐다. 11월 열리는 ‘케이펫페어’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요즘도 가끔 외국에 나가 홍보전을 펼친다. 3월에는 직접 만든 한복을 입고 괌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현지 플리마켓에서 팔고 싶었지만, 괌 관광청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대신 열심히 주요 관광지를 돌며 한복을 홍보했다. 돌아오기 전에는 관광청을 찾아 다음 방문 때 플리마켓을 열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쯤에서 나풀나풀by진의 경쟁력이 궁금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이 가게의 대표 상품인 ‘철릭원피스’는 저고리와 치마 세트가 12만∼16만 원이다. ‘철릭’은 조선시대 무인들이 입었던 관복을 뜻한다. 맞춤형 한복은 20만 원이다. 전통한복의 경우 대여 가격이 10만∼20만 원에 이른다. 전통한복을 한 번 빌리는 가격으로 철릭원피스 한 벌을 마련할 수 있는 것. 이와 함께 한복과 세트로 착용할 수 있는 귀걸이, 노리개 같은 것을 직접 제작해 판다. 이런 액세서리 또한 가격이 1만 원 내외로 저렴하다.

김 대표는 나비 문양을 활용해 로고를 만들었다. 이유가 있다. “내가 매일 한복을 입듯이 누구나 쉽게 나풀거리는 한복을 입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마치 나비 효과처럼 말이지요.”


▼“청년상인에 날개 달자” 시제품서 마케팅까지 지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청년몰 점포 활성화가 부족하지만 성장 유망한 청년상인을 지원하고 있다. 신메뉴 개발, 전문가 컨설팅,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전통시장 ‘핵점포’로 육성하는 ‘청년상인 도약지원’ 사업이 그것이다.

최근 청년 창업에 대해 관심도가 높아졌지만 경험이 부족하여 운영 유지를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 청년상인의 점포 활성화에 이 사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원 대상은 전통시장 내에서 영업 중인 만 39세 이하 청년상인으로서 지방자치단체 또는 상인회에서 추천한 자에 한한다. 미성년자나 청년상인 창업 지원 혹은 청년몰 같은 청년상인 육성사업에 참여하는 자, 최근 3년 이내 청년상인 육성사업에 지원했다가 중도 포기했거나 폐업한 자는 제외된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전문가 컨설팅, 시제품 제작, 유명 셰프 솔루션 분야에서 1인당 최대 1000만 원(운영비와 간접비 포함)을 지원하며 자부담은 최대 50만 원이다. 단, 법률 및 세무 상담지원의 경우 별도의 자부담이 없다.

이메일로 신청하거나 등기우편으로 서류를 접수시킬 수 있다.


▼높은 가성비-SNS 적극 활용 ‘강점’, 1인 다역 한계… 협업 등으로 극복해야▼
김유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본부장

●칭찬해요

① 안성맞춤 서비스 디자인=멋과 기능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조선시대 무관 관복인 ‘철릭’을 기본 디자인으로 해서 한복의 기능을 개선했고, 고급화 스타일링을 가미해 부가가치를 높였다.

② 일상이 홍보, 국내에서 해외로=특별한 날 입는 옷이 아닌, 생활한복의 일상화를 실천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부터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해 해외 홍보를 실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향후 인기몰이가 예상된다.

③ 가성비 높은 가격 전략=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다. 성인 치마저고리 세트를 12만∼20만 원, 여자 아이 세트를 7만 원대로 책정했다. 덕분에 시즌별로 생활한복 한 벌쯤은 갖춰도 부담이 가지 않는다.

●아쉬워요

① 열정에 비해 부족한 자금=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협회나 협동조합을 이용하거나 소공인지원센터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공단 소공인 성장촉진 자금, 경영안정화 자금을 활용하거나 지방자치단체 관련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 활용 자금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② 일인 다역으로 시간 부족=판로 개척, 자금 조달, 접객 등을 혼자 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고 경영에 애로가 생길 수 있다. 디자인과 접객에 집중하고 샘플 제작, 판로 개척은 협업이나 아웃소싱을 할 필요가 있다.

대전=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