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 첫 피해 공개 오헤른 씨 “김학순 할머니 폭로에 용기 얻어” 진실 알리려 美청문회 출석도
수녀가 되기 위해 네덜란드령 동인도의 수녀회에서 생활했던 오헤른 씨는 21세인 1944년 일본군이 인도네시아 스마랑시에 설치한 위안소에 납치돼 3개월간 강제 수용됐다.
그는 영국군 장교와 결혼해 호주에서 살며 50년 동안 피해 사실에 대해 침묵해 왔다. 그러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1924∼1997)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모습에 용기를 얻어 이듬해 호주 언론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증언한 유럽인은 그가 처음이었다.
2007년 7월 미 워싱턴 하원 청문회에도 출석해 미국 등 서구 사회에 일제 만행을 고발했다. 그와 이용수 할머니(91) 등이 증언한 이 청문회는 같은 달 미 하원의 역사적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통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헤른 씨는 2002년 호주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을 받았다. 2004년 존 하워드 당시 호주 총리로부터 메달도 받았다.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담은 그의 자서전 ‘50년의 침묵(Fifty Years of Silence)’은 6개 언어로 번역됐다.
호주 정부는 이날 “세계에 자신의 고통을 말하며 침묵을 깨뜨렸던 오헤른 씨의 비상한 능력을 존경해 왔다”며 헌사를 바쳤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