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새 시장서 폭발적 성장
2016년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현대의 여인이 고려 태조 시대로 회귀하면서 겪는 모험담을 그렸다. 동명의 중국 웹소설이 원작으로, 중국에서도 드라마 및 영화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출처 SBS 홈페이지
30대 직장인 임모 씨는 최근 중국 웹소설에 푹 빠졌다. 시작은 2년 전 케이블TV에서 접한 드라마 ‘삼생삼세 십리도화(三生三世 十里桃花)’. 억겁의 세월을 넘나드는 신선들의 사랑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는 “드라마 원작 소설을 하나둘 찾아보다가 지금은 웹소설 마니아가 됐다. 글로 접하면 감정선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로맨스와 강렬한 판타지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 장엄하고, 독특하고, 깨알 같은 중국 웹소설
네이버 시리즈의 웹소설 총괄 박제연 리더는 “2016년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원작이 중국 웹소설로 알려지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중국에서 한 번 검증을 받은 작품들이라 대부분 높은 순위에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아직은 ‘찻잔 속 태풍’이지만 꾸준히 독자층을 늘려가고 있다”고 했다.
단행본 출간도 활발하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집계한 8월 셋째 주 소설 분야 1위는 중국 웹소설을 묶은 ‘잠중록(簪中錄)4’(아르떼). 아르떼 관계자는 “중국 웹소설을 처음 펴냈는데 단행본과 e북 모두 반응이 좋다. 드라마·영화화된 작품 원작을 꾸준히 소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르 소설을 유통하는 독립서점 서울프렌드의 목책 대표는 “올해 들어 중국 단행본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판타지로맨스와 ‘화천골(花千骨)’ 같은 선협(仙俠·신선+무협) 그리고 현대물까지 두루 인기 있다”고 했다.
○ 진융(金庸)의 맥을 잇는 선협과 로맨스 판타지
현대의 의사가 고대의 가상 국가로 회귀하는 ‘천재소독비’, 환생한 여인의 복수극을 그린 ‘폐후의 귀환’, 세월을 초월한 신선들의 사랑을 그린 ‘삼생삼세 십리도화’, 도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선협물 ‘학사신공’(왼쪽부터). 사진 출처 네이버 시리즈·카카오페이지
남성들 사이에서는 선협 소설의 인기가 뜨겁다. 주인공이 도의 최고 경지를 향해 나아가는 플롯을 기본으로, 1만 년 도를 닦은 잡초가 사람으로 변하는 등 상상력을 자극한다. 김택규 중국어 전문 번역가는 “김용(진융) 소설을 읽고 자란 중년층 남성들이 지금의 중국 웹소설 선협 장르를 즐겨 본다”고 했다.
중국은 웹소설 강국이다. 시장 규모(2조1500억 원)는 2017년 기준 한국(4300억 원)의 다섯 배에 이르고, 해마다 100편 이상을 2차 저작물로 제작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웹소설)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는데, 작품은 이를 따라잡지 못해 실망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 그 틈을 검증된 중국 웹소설이 파고들고 있다”며 “이를 위협으로 느끼기보다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