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포기를 하면 빚이 후순위 상속자에게 넘어가 그가 피해를 볼 수 있다. 한정 상속을 하면 자기 순위에서 상속이 멈추고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에서 빚을 갚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자기 회사가 부도가 나도 가족들 앞으로 돌려놓은 돈이 많아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이 있듯, 부모의 빚잔치 덕분에 잘 먹고 잘살아 놓고는 부모 빚을 상속하지 않는 데 상속 포기나 한정 상속을 악용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부친이 사망했을 때 가족에게 남긴 재산은 정리해보니 고작 21원이었다. 가족은 부친의 빚이 또 얼마나 있을지 몰라 한정 상속을 신청해 뒀다. 그 결과 나중에 법원이 조 후보자 모친에게 18억 원, 조 후보자 형제에게 각각 12억 원을 캠코에 지급하라고 판결했을 때 세 사람은 한 푼도 물지 않았다. 56억 원대의 재산가인 조 후보자도 한 푼도 물지 않았다. 아무런 절차적 하자는 없다. 다만 캠코가 못 받은 42억 원이란 돈은 결국 국민의 몫이 될 수 있다.
▷조 후보자의 동생은 빚도 많지만 부친이 이사장으로 있던 사학재단에 공사대금 채권 52억 원도 갖고 있다. 그는 논란이 일자 채권을 기술보증기금에 진 빚을 갚는 데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채권은 사학재단에 가용할 자금이 있어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의 현금화는 쉽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한정 상속으로 부친이 생전에 진 빚은 모두 탕감받으면서 부친 사학재단에 대한 채권은 언젠가라도 행사하겠다는 것이 양심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