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애진 경제부 기자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 안팎에서 이렇게 불린다. 사상 처음 500조 원을 넘겨 5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7년 400조5000억 원에서 3년 만에 100조 원 넘게 늘어나는 셈이다.
대내외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고 경제 활력을 살리려면 확장적 재정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나라살림 가계부를 보면 과연 그 많은 돈이 제대로 잘 쓰일지 의문이다.
지난해 추경으로 총지출 규모를 늘렸지만 정작 필요하다던 사업에는 제대로 돈이 쓰이지 못한 셈이다. 일례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산업 융자지원사업은 추경을 통해 300억 원 늘어난 5250억 원을 예산으로 받았다. 하지만 실제 집행금액은 4920억 원에 그쳐 330억 원이 남았다. 본예산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었던 셈인데 공연한 추경으로 재정을 낭비한 셈이다. 사업 수요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과다하게 예산을 책정한 탓이다.
처음부터 계획을 잘 짰다면 돈이 남아도는 비효율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같은 비효율이 해마다 발생하는 사업도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8년 4년간 예산 집행 실적이 70%를 밑도는 사업은 190개였다. 이들 사업의 전년도 이월액 등을 합친 예산은 4조6163억 원이었는데,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1조7549억 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직전 4년 평균 집행 실적이 부진한 사업 개수는 2015년 113개에서 2018년 190개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당초 예산안 논의 때 여당 일각에서는 내년 예산을 530조 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치적으로 예산을 늘릴 궁리만 할 뿐 나랏돈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수 풍년이었지만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든 최근 경기를 감안하면 나라곳간을 채우기가 더는 쉽지 않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경기 부진에 대비해 울트라 슈퍼 예산만이 아니라 씀씀이의 효율성을 돌아봐야 한다.
주애진 경제부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