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러 대사로 안가… 북핵 집중” 北은 한미훈련-최신무기 도입 트집… “美 불순한 목적에 정세악화” 공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놓고 신경전 美전문가 “재선 노리는 트럼프, 실질성과 없어도 승리 선언 가능성”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마치고 나와 발언하고 있다. 이날 비건 대표는 “북한으로부터 소식을 듣는 대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비건 대표는 2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 측 카운터파트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면 즉시 (대화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만, 북한이 실무회담과 관련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언질을 주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이다. 비건 대표는 같은 날 오후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의 접견 전에도 “(한국 정부와 비핵화) 노력에 진전을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주러시아 대사로 발탁된다는 루머가 있지만) 대사직을 맡지 않을 것이다. 나는 북한 문제에 진전을 이루는 데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북핵수석대표직을 내려놓을 계획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미 실무협상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아직 북-미 실무회담이 정식으로 열리진 않았지만 양측은 뉴욕채널 등 상시적 소통 채널을 가동해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총회가 열리는 9월 중순까지는 실무회담이 어떤 형태로든 열릴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단기간에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 조짐이 없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핵 협상에 흥미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획기적 진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같은) 중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한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이 없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