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4>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
1964년 첫 시집 ‘서클 게임’으로 데뷔한 마거릿 애트우드는 시, 소설, 비평, 동화, 희곡 등을 왕성하게 써왔다. 그에 대해 권기대 심사위원은 “젠더, 종교, 권력 등의 주제를 폭넓게 다뤄온 작가”라고 평가했다. ⓒactualitte
탁월한 소설가로 자리매김한 그의 작품에서는 세 가지 주제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첫 번째는 단연 페미니즘이다. 그의 소설은 페미니스트 문학평론가들의 주요 관심 대상에 오른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애트우드 자신은 “내 작품을 사회적인 리얼리즘으로 생각할 뿐 페미니즘으로 간주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페미니즘 질문에 답하려면 그 용어가 정확히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령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립스틱에도 반감을 갖고 성전환자의 여자화장실 이용도 반대해 왔다. 그런 이들의 입장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그는 성희롱 혐의로 해고당한 남성 교수를 지지했다가 페미니스트들로부터 격한 비난을 받았다. 미투운동을 ‘결딴난 법률체제의 증후’라고 불러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그는 한 언론사에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투고했다. 평가자들이 그의 작품에서 읽어내는 ‘이즘’이 자신의 의도와 어긋날 때 작가가 느끼는 곤혹스러움이 짐작된다.
임신이 가능한 여성들을 국가가 강제로 징집, 관리, 통제하는 지옥 사회(미국)와 반대로 캐나다가 희망의 탈출구를 상징하는 점도 흥미롭다. 애트우드는 1960, 70년대 캐나다의 반미운동을 주도했다. ‘시녀…’에 자극을 받아 이 작품의 이름을 딴 성차별 반대 정치행동 단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환경 보호를 지지하는 애트우드의 강경한 입장도 작품에 묻어난다. 환경 파괴로 인간이 말살된 미래를 그린 ‘맷애덤(MaddAddam) 3부작’은 그 결정체로 꼽힌다. 동물 권리 보호에 대한 관심도 깊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 적지 않고, 사냥 당하는 동물과 일체감을 느끼는 인물을 설정하기도 했다.
부조리할 정도로 복잡한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가장하는 여인을 그린 코믹 작품 ‘레이디 오러클’(1976년). 죽은 줄 알았던 옛 친구가 자기 남편과 바람을 피운다는 틀의 마술적 사실주의 소설 ‘도둑신부’(1993년). 19세기 캐나다에서 살인죄를 선고받은 여성을 그린 범죄소설 ‘그레이스’(1996년). ‘소설 속 소설 속 소설’ 형식의 포스트모던 작품 ‘눈먼 암살자’(2000년).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를 재창조한 ‘페넬로피아드’(2005년). 그리고 도발적이고 강렬한 ‘시녀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그는 젠더와 정체성, 종교와 신화, 언어의 힘, 기후와 환경 이슈, 그리고 권력정치 등을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로 작품을 써왔다. 스스로 설명했듯이 “고약한 노인네 마거릿 애트우드가 그냥 아무 이야기나 쓱쓱 지어내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 마거릿 애트우드는…
1939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나 온타리오와 퀘벡에서 성장했다. 고등학교 때 전업 시인을 꿈꾸며 토론토대와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1964년 첫 시집 ‘서클 게임’을 출간했다. 장편 ‘떠오름’을 비롯한 수많은 소설과 시를 발표하면서 20세기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했다. 2000년 ‘눈먼 암살자’로 부커상을 받았다.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을 주로 펴냈다.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불린다.
권기대 번역가·베가북스 대표
권기대 번역가·베가북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