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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해상 훈련장 폭발 사망자 5명 중 2명은 방사선 노출 탓”

입력 | 2019-08-23 03:00:00

당시 의료진 “외상과 달라” 주장… 시신 핵의학 기관에 옮겨 의혹 커져
‘제2의 체르노빌’ 우려의 목소리… 러시아 “美 순항미사일 새로운 위협”
美 “유럽에 당장 배치할 계획 없어”




8일 러시아 북서부 항구도시 세베로드빈스크 인근 해상 군사훈련장에서 발생한 폭발로 숨진 5명 중 2명의 사망 원인이 방사선 노출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국의 거듭된 부인에도 이번 사태가 ‘제2의 체르노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폭발이 미국과 러시아 간 군비 경쟁에 따른 것이어서 파장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방사선 노출 질환으로 2명 사망”

21일 현지 독립 언론 노바야가제타 등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를 치료했던 익명의 의료진은 사망자 2명이 방사선 노출 질환으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폭발로 인한 심각한 외상으로 숨진 나머지 셋의 사망 원인과 달랐다고 전했다.

방사선 노출 질환은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될 때 24시간 안에 구토, 적혈구 감소, 내출혈 등이 생기는 증세다. 의료진은 “피해자 2명의 체내에 축적된 방사선량이 매우 많았고 시간이 갈수록 방사선 노출 질환 증세가 악화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의 시신이 러시아 방사선 핵의학 분야의 핵심 기관인 모스크바 연방의학센터로 옮겨진 것도 이런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9일 “사고 지역에는 어떤 위험도, 방사선 증가도 없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럅코프 외교차관도 “서방의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라고 가세했다. 하지만 사고 지역의 방사선 관측 시설들이 13일부터 데이터 전송을 중단한 사실까지 드러나 당국의 고의 은폐 의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푸틴 “미국, 유럽에 순항미사일 배치 가능

미국과 러시아 간 군비 경쟁을 둘러싼 신경전도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미국이 루마니아, 폴란드 등 동유럽에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생겼으며 이것이 러시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유럽 등에 실제로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폴란드 등에 배치 예정인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서 프로그램만 조금 변경하면 방어용 요격 미사일뿐 아니라 공격용 미국 미사일인 ‘토마호크’를 발사할 수 있다는 게 푸틴 대통령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이 유럽 파트너들에게도 (MD 시스템에) 어떤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는지를 알려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새로운 지상발사형 미사일을 유럽에 당장 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러시아 간 군비 경쟁은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은 이미 18일 캘리포니아주 샌니컬러스섬에서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INF 조약 탈퇴 후 지속적으로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유럽은 물론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하겠다고 강조해 왔고, 러시아는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 국가는 우리의 잠재적 핵공격 목표”라고 맞대응해 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