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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목이 좋아야 한다’며 알짜 부동산 확보에 열을 올리던 유통업체들이 점포 매각에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소비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부동산을 깔고 앉아 있느니 팔아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특히 유동화를 통해 부동산 관련 세금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 등 10개 점포를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롯데리츠)에 양도하고, 해당 부동산을 임차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2분기 적자를 냈던 이마트도 자산 유동화에 동참했다. 10개 부동산을 1조원 규모로 유동화하고, ‘세일즈앤드리스백’(Sale and Lease-back)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KB증권과 10여개 내외의 자가점포를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대상 점포 선정과 투자자 모집 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홈플러스서는 지난 3월 홈플러스리츠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철회했지만, 재추진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다. 또 일부 부동산을 자산운용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내놓은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 302호’가 대표적이다. 홈플러스 점포를 매입해 임대료를 받고,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매각 점포는 홈플러스 인천 인하점과 대전 문화점, 전주 완산점이며 매각가는 3150억원이다.
특히 신사업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금’이 필요한 데 수익이 나지 않으면서 자산유동화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점포 리모델링과 이커머스 사업 확장 등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마트가 지난 2분기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마트 사업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또 부동산 관련 세금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지난 2분기 이마트의 적자 배경 중 하나는 1000억원이 넘는 보유세다. 점포를 매각하면 돈이 들어오고, 세금은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차입보다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임차 기간이 지난 후 상황에 따라 장사가 안되는 점포를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입장에서 자산 유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부진 점포의 매각은 물론 자금도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지속해서 유통업체들의 자산 유동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관계자도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업체들이 리츠와 부동산 펀드에 대한 초반 반응을 살피고 있다”며 “점차 점포 매각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