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日 보복 조치 철회하면 지소미아 재검토 가능" 美 "한일, 관계 되돌리길 바라"…개입 가능성 시사 지소미아 실제 효력 90일 후 정지…日 고심 커져 美日 자극해 오히려 상황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어 "한미동맹 아닌 日에 대한 대응임을 분명히 밝혀야"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렸지만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경우 재검토할 수 있다”며 재고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외교부는 23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공문을 주한 일본 대사관 측에 전달했다. 지소미아 종료의 효력은 통보일부터 90일 후에 발생한다. 우리 측의 종료 결정에도 앞으로 세 달 동안은 협정의 효력이 유지되는 셈이다.
청와대는 일본이 이 기간 동안 태도의 변화를 보일 경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후에도 지소미아를 대일 압박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일본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우리 노력에 호응하지 않았지만, 지소미아 종료라는 강수가 던져진 만큼 일본도 향후 대응에 고심할 수 밖에 없다.
미국도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당혹감을 표시하며 한일 양국이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 역시 일본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일본과 한국의 공동 이익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건 미국에게도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두 나라가 정확하게 올바른 곳으로 관계를 되돌려 놓는 것을 시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미국과 일본을 자극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가 이에 대응해 독도방어훈련,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 제기, 도쿄올림픽 보이콧 등을 통해 추가적인 대일 압박을 가할 경우 한일 갈등이 외교적 해결 대신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잇다.
특히 미국이 우리나라의 이번 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표출하고 있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아침 한국의 카운터파트(강경화 외교장관)와 대화했다”며 “한국이 정보공유협정에 대해 내린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논평을 내고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실망했다’는 단어는 동맹국을 향한 외교적 수사로는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이라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소미아 파기는 미국을 불편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파기 결정이 한미동맹이나 미국의 구상, 그리고 한반도 문제와 연결시키지 않고 오로지 일본에 대한 원칙적이고 일관성있는 대응임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메시지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한미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이번 (종료) 결정이 한미 동맹의 약화가 아니라 오히려 한미동맹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지금보다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미국 측은 우리에게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온 것은 사실이고, 미국의 실망감은 이러한 희망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는 국익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국 측에 적극적으로 설명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초 우리 정부는 한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미국의 관여를 기대해 왔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달 29일 한일 양측에 추가 조치를 멈추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현상동결 합의(Standstill Agreement)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향후에는 미국과 일본이 더 가깝게 밀착하면서 미국의 관여가 우리 측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한일 관계에 미국이 개입해서 우리에게 크게 좋았던 적이 별로 없다”며 “우리는 (한국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워싱턴의 주류는 여전히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사고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