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후암동 한 주택의 옥상에서 도시양봉을 하는 사람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서울의 도시 양봉장은 모두 31곳으로 324개의 벌통에서 올 1~7월 3094㎏의 꿀이 수확됐다. 관악구청은 ‘관악산 꿀벌의 선물’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특허청에 등록하고 자체 생산한 꿀을 판매하고 있다. 집계되지 않은 소규모 개인 양봉까지 더하면 수확량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기관 14곳과 5개 민간단체에서는 도시에서 벌을 기르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과정도 운영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양봉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후암동 한 주택의 옥상에서 도시양봉을 하는 사람들이 벌통에서 벌집을 꺼내 병충해 유무 등을 확인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관악산 아래 공터에서 양봉을 시작한 첫해에는 벌이 많이 죽어 이듬해 새 벌통을 구입해야 했다. 지난해 꿀 72㎏을 수확했다. 꿀 1병에 5만 원을 받고 30병을 팔았다. 150만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초기 투자비용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이윤은 거의 없는 셈이다. 다만 올해 벌통 수를 좀 더 늘리면 꿀 수확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씨는 “꿀벌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까지 정화된다”며 “벌통을 들 힘만 있다면 노후에도 소일거리로 양봉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강일동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정화철 씨(60)도 2017년 하반기부터 양봉을 시작했다. 요양원 운영을 그만두면 전업 양봉업자가 될 계획이다. 올해 아카시아꿀과 밤꿀, 잡화꿀 등 꿀 100L를 생산했다. 1L당 5만 원에 팔아 5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 씨는 양봉의 장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투입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벌통 인근 매실나무에서 매실이 4, 5개밖에 안 열렸는데 양봉을 한 뒤 매실이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라며 “설탕을 섞지 않은 순수 토종 꿀을 많이 생산해 건강한 꿀을 보급하는 게 인생의 새로운 목표”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