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이 말하는 ‘도시 꿀농사’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후암동 한 주택의 옥상에서 도시양봉을 하는 유아름 씨(오른쪽)와 이종철 씨가 벌통에서 벌집을 꺼내 병충해 유무 등을 확인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서울의 도시 양봉장은 모두 31곳으로 324개의 벌통에서 올 1∼7월 3094kg의 꿀이 수확됐다. 관악구청은 ‘관악산 꿀벌의 선물’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특허청에 등록하고 자체 생산한 꿀을 판매하고 있다. 집계되지 않은 소규모 개인 양봉까지 더하면 수확량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기관 14곳과 5개 민간단체에서는 도시에서 벌을 기르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과정도 운영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양봉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유 씨는 20대 중반부터 건설회사에서 하도급 계약 업무를 담당했다. 바쁜 일상에서 귀촌을 꿈꿨고 2013년 양봉교육과정에 등록했다. 교육과정을 마친 뒤에는 15년이나 다녔던 회사도 그만뒀다. 이듬해 보광동에 도자기 공방을 열고 부업으로 양봉을 시작했다. 다만 비밀양봉장이 아직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투자한 사람들에게 꿀을 전달하고 일부 수익금은 양봉 관련 비용으로 쓰고 있다. 그는 “벌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사람이 벌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며 “남산에는 다양한 꽃이 심어져 있어 여러 종류의 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관악산 아래 공터에서 양봉을 시작한 첫해에는 벌이 많이 죽어 이듬해 새 벌통을 구입해야 했다. 지난해 꿀 72kg을 수확했다. 꿀 1병에 5만 원을 받고 30병을 팔았다. 150만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초기 투자비용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이윤은 거의 없는 셈이다. 다만 올해 벌통 수를 좀 더 늘려서 꿀 수확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씨는 “꿀벌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까지 정화된다”며 “벌통을 들 힘만 있다면 노후에도 소일거리로 양봉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도시양봉의 장점으로 꽃의 종류가 다양하고 수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다양한 꿀이 생산될 수 있고 아직까지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환경도 상대적으로 더 좋다. 농촌 과수원과 달리 농약으로 벌이 죽는 사례도 거의 없다.
강동구 강일동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정화철 씨(60)도 2017년 하반기부터 양봉을 시작했다. 요양원 운영을 그만두면 전업 양봉업자가 될 계획이다. 올해 아카시아꿀과 밤꿀, 잡화꿀 등 꿀 100L를 생산했다. 1L당 5만 원에 팔아 5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