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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부담에… 아이들 38% “잠 부족해요”

입력 | 2019-08-26 03:00:00

12~17세는 절반이 “수면 부족” 호소
학원-과외탓이 46%… 2위는 ‘야자’… 소득 낮을수록 “게임” 응답 높아




서울 서초구에 사는 초등학생 A 양(10)은 지난주 개학하고는 잠자는 시간이 줄었다. 방과 후 오후 3시경부터 요일별로 영어와 수학 학원을 다녀야 하고 피아노와 미술 과외도 해야 한다. 오후 7시경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학교와 학원 숙제를 마치면 오후 11시가 넘기 일쑤다. 8시간도 채 못 자고 다음 날 등교해야 한다. A 양처럼 9∼17세 아동과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학원과 과외였다.

보건복지부가 25일 발표한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9∼17세 2510명 가운데 38%가 ‘잠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12∼17세는 절반에 가까운 49%가 수면 부족을 호소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올 1, 2월 면접조사로 이뤄졌다.

수면시간은 청소년기에 접어들수록 줄어들었다. 9∼17세의 평균 수면시간은 학기 중 8.3시간, 방학 중 9.5시간이었다. 나이대를 구분하면 학기 중 평균 수면시간은 9∼11세는 9.2시간이었지만 12∼17세는 7.8시간으로 평균 8시간을 채우지 못했다. 방학 중 평균 수면시간은 9∼11세는 10.1시간, 12∼17세는 9.2시간이었다.

수면 부족의 이유로는 학원 및 과외 때문이 45.7%로 가장 많았다. 9∼11세는 47.9%, 12∼17세는 45.3%였다. 이어 야간 자율학습(18.7%), 가정학습(13.0%), 게임(12.9%) 순이었다.

여아는 학원·과외(48.4%), 채팅·문자메시지(6.9%) 순으로 수면 부족 사유를 들었다. 반면 남아는 학원·과외에 이어 게임(16.7%)이 많았다.

수면이 부족한 이유는 부모의 소득에 따라 달랐다. 소득이 높을수록 학원·과외가 수면 부족의 주요 이유였지만 소득이 낮을수록 게임, 야간 자율학습, 드라마 시청 및 음악 청취 때문에 잠이 부족하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지역별로는 역시 대도시가 학원·과외로 인한 수면 부족 비율(52.1%)이 다른 지역보다 크게 높았다. 또 한부모 및 조손가구 아동이 게임으로 인한 수면 부족 비율(22.4%)이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외벌이 가구의 아동들에게서 잠이 부족하다는 응답(35%)이 가장 낮았다.

이번 실태조사 보고서는 “입시 경쟁 위주로 작동하는 교육체계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아동의 여가 및 놀 권리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의 민간 주체들이 다양한 놀이사업을 개발하고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