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농촌의 4차 산업혁명]<9> 첨단 목장 개척하는 수의사
21일 경기 안성시 ‘송영신 목장’에서 하현제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소의 건강상태와 목장시설을 원격으로 체크하는 스마트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통형 경구용 바이오캡슐인 카우톡(오른쪽 작은 사진)을 소의 위에 삽입하면 센서로 체온과 운동량, 산도(pH) 등을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안성=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송영신 목장은 축산업에서 스마트팜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하 대표는 2016년부터 한경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팜을 활용해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축산부문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시스템’ 과제 주관사로도 지금까지 선정돼 공무원과 축산경영자 등 3000여 명이 농장을 견학했다.
○ 스마트팜 만난 수의사
하 대표는 수의사이면서 동시에 목장 주인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99년 건국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후 수의사로 활동해온 하 대표는 2010년부터 목장 일을 겸하고 있다. 당시 구제역 발생으로 전국의 축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농협중앙회 젖소개량부의 제안으로 목장에 첫발을 디뎠다. 목장 이름은 아내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그는 “수의사 업무와 목장 일을 병행하기 위해 최대한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고 자연스럽게 스마트팜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착유도 로봇시스템을 이용해 자동으로 진행한다. 젖소들은 젖이 불면 사람 손을 기다릴 필요 없이 스스로 착유시설로 찾아간다. 로봇이 레이저로 소의 젖 부위를 자동 감지해 세척과 소독을 한 다음 젖을 짠다. 젖을 짜는 동안 소는 유량, 체중 등에 따라 자동 조절돼 공급되는 맞춤형 사료를 먹는다. 착유 도중 소의 건강상태부터 최종 착유시간과 예상 착유량 등의 자료가 수집, 기록된다. 특정 시간에 강제적으로 젖을 짜는 다른 목장과 달리 소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우유의 품질도 좋아진다고 한다.
목장엔 지능형 폐쇄회로(CC)TV 카메라 1대와 고정형 CCTV 4대가 설치돼 있다. 24시간 소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상시 모니터링을 한다. 목장의 실내온도가 높으면 팬을 돌려 온도를 낮춘다. 무인방역 시스템을 설치해 사전에 허가된 사람만 목장에 들어갈 수 있고 출입이력이 기록된다. 하 대표는 “소에 삽입된 마이크로칩과 목장의 ICT 인프라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소의 상태를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동물이 행복한 농장
송영신 목장은 2017년 젖소농장으로는 전국 최초로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동물복지농장으로 인증받았다. 사료의 60% 이상이 풀 사료여야 하고 축사의 암모니아 농도가 25ppm을 넘지 않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앞서 2013년에는 유기농 농가 인증을 받았다. 귀리, 보리, 알팔파, 오처드글라스 등 100% 유기인증 목초만 먹이로 준 게 주요했다. 하 대표는 “단기 수익만 보지 않고 동물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했더니 신선하고 품질 좋은 우유를 생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고 지속가능한 목장을 운영하기 위해 낙농업의 전반적인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때문에 그동안 배우고 익힌 스마트팜 정보를 다른 농가들과 공유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안성 인근 목장 70여 곳, 젖소 약 3000마리에 ‘카우톡’을 삽입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질병이 진행돼 증상이 생기면 진료를 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앞으로는 질병이 악화되기 전에 미리 파악해 대응하는 스마트 진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 대표는 “앞으로 자동화, 무인화를 활용한 스마트팜을 적용하는 농가가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며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해 농가도 편하고 소비자도 믿을 수 있는 새로운 축산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성=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