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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정부서 받은 돈이 번 돈보다 10% 많았다

입력 | 2019-08-26 03:00:00

2분기 공적이전소득 48만200원
줄어든 근로소득보다 4만원 많아… 나랏돈 의존해 생계 유지하는셈
청와대 “전체 계층에서 소득 개선… 고령화로 최하위층 정책 어려움”
전문가 “근로소득 감소 대책 시급”




올 2분기(4∼6월) 소득 하위 20% 가구가 정부에서 받는 공적이전소득이 근로소득보다 10% 가까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서 수입의 뼈대가 돼야 할 근로소득이 쪼그라든 채 정부 지원에 주로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부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전체 소득계층에서 소득증가율이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25일 통계청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의 가계동향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2분기 전국 1분위 가구의 월평균 명목 공적이전소득은 48만200원으로 근로소득(43만8700원)보다 4만1500원(9.5%) 많았다. 일자리에서 얻는 소득보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사회수혜금과 세금 환급금 등 공적 지원으로 얻는 소득이 더 많은 것이다.

지난해 2분기만 해도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51만8000원이고 공적이전소득은 40만4000원이었다. 일을 해서 버는 소득이 공적이전소득보다 11만 원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올 2분기 근로소득은 지난해 2분기보다 15.2%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공적이전소득은 18.8% 증가했다. 1년 만에 저소득층의 정부 의존도가 높아진 셈이다.

정부는 1분위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에 대해 고령화와 무직 가구 증가를 주요 이유로 들었다. 실제 1분위 가구 중 60세 이상 고령가구 비중은 63.8%로 지난해 2분기보다 2.5%포인트 늘었다. 또 고용시장에서 임시일용직이 크게 줄면서 1분위 무직가구 비중 역시 지난해 2분기 54.4%에서 올해 2분기 54.8%로 확대됐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저소득층의 공적이전소득이 근로소득보다 많아지는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정부는 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령화 등은 구조적으로 개선이 어렵고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공적이전소득 증가를 성과로 내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나이가 들어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노인의 경우 시장에서 다시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사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은 한국의 특성을 감안해 정부 지원으로 소득 분배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이호승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인용해 소득 분배에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소득 1분위의 소득이 1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해 1∼5분위 모든 가구에서 소득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수석은 “고령화와 가구 분화로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더 줄어들 수 있어 정부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정책을 펴고 있다”며 근로장려세제, 한국형 실업급여 등 지원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 지원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공적이전소득만으로 저소득층의 생계를 지탱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로소득이 크게 줄면 정부가 나서 도울 필요가 있지만 근로소득이 어떤 정책 때문에 감소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재정만 투입하는 건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1분위의 근로소득이 6개 분기 연속 감소한 점을 정부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