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6일 “단기간에 글로벌 악재가 중첩됨에 따라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 전반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확산되고 주요국 증시의 동반 하락, 국채 금리 하락, 안전 통화인 달러화와 엔화의 강세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오전 8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8차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같이 말하며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미·중 양국이 수입품에 대한 관세에 보복 과세를 부과하며 강대강(强對强) 국면을 이어가면서 무역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한층 더해졌다. 주말새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 5078개 품목 약 750억달러 규모에 5~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00억달러어치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30%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접어들면서 안정적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 당국의 대응이 도전을 받고 있다”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굳건히 유지돼 왔던 국제금융통화체계의 신뢰성과 유용성도 의심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 역시 지속해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김 차관은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대화 요청과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에 대한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일본이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한 지난달 1일 이후 시장 변동성이 일부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김 차관은 “이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시기·폭에 대한 불확실성, 홍콩·아르헨티나·이탈리아 정세 불안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우리 금융시장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된 대외건전성을 바탕으로 외부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충분한 복원력(resilience)과 정책 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미·중 무역 갈등, 일본의 수출 규제 등에 대해 과도하고 지나친 불안 심리를 가지기보다는, 글로벌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현재 상황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금융시장 안정, 경제활력 제고,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이라는 3가지 방향에서 총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향후 수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관계기관의 부기관장들 간에 실시간 소통 채널을 구축해 둔 상태다. 또 당분간 산업통상자원부까지 포함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 2회 가동해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김 차관은 “금융·외환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이미 마련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에 따라 선제적이고 단호한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할 것”이라며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선 정책 금융, 대체 수입처 확보 지원 등을 통해 우리 기업들에 대한 단기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등 우리 산업 생태계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김 차관 외에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 최훈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 등이 참석했다.
【세종·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