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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금융지식 많지 않아”…농협 직원 “겸손하지 않아도”

입력 | 2019-08-26 14:50:00

文, 금융지식 '매우 높음' 권유받자 "그럴 수 있겠는가" 손사래
직원 "농협은 100% 민족자본"…文대통령 "자부심 보기 좋아"




국내 소재·부품 기업에 투자하는 이른바 ‘애국 펀드’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 창구를 직접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 판매 직원과 유쾌한 신경전을 벌였다.

금융상품 지식 수준을 묻는 설문 조항을 놓고 “매우 높은 수준일 것 같다”는 직원의 견해에 문 대통령은 손사래를 치며 ‘소신 답변’을 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충정로 NH농협은행 본점을 찾아 ‘NH-아문디 필승코리아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지난 14일 처음 출시한 이 펀드는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운용 보수를 낮춰 그 수익을 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에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문 대통령은 펀드 출시 취지에 공감하며 일반인들의 적극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NH농협은행 영업장을 찾았다.

안내를 받아 상담 창구에 앉은 문 대통령은 판매 직원으로 부터 펀드 상품 가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판매 직원은 문 대통령이 ‘개인정보 동의’, ‘정보제공 동의’ 항목 등을 빠지지 않고 기입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문 대통령이 나이 항목을 지나치려 하자 “대통령님, 66세 아니십니까”라고 물으며 자연스럽게 체크를 권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만 65세란에 체크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대체로 몇 번째 가입인가요”라고 묻자, 판매 직원은 “5만 번째 정도 되기를 희망한다”며 재치있게 답변했다.

이 직원은 “지금까지도 많이 가입을 하고 있는 중이어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대통령이 가입한다면 국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최소한 한 좌씩은 가입하지 않으실까 싶다”고 덧붙였다.

표준가입 절차 등에 서명을 마친 문 대통령은 투자성향을 묻는 6개 설문 조사 항목을 작성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주식·펀드 투자이 경험 있는가”라는 판매 직원의 질문에 “일체 없었다”고 답했다. 예·적금 경험의 유무를 묻자 “있다”고 답했다.

이 판매 직원은 ‘매우 높은 수준’부터 ‘매우 낮은 수준’까지 총 4단계로 이뤄진 항목을 가리키며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체크해 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그러면서 “제 생각에는 (문 대통령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된다”며 개인 의견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그럴 수 있겠습니까”라며 손사래를 치자, “겸손하게 체크 안 하셔도 된다”며 웃어 보였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그래도 ‘높은 수준’ 정도로 할까요?”라고 물었고, 판매 직원은 “그래도 대통령인데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해주셔야…”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자 주변에선 웃음이 흘러나왔다.

판매 직원은 문 대통령이 금융상품에 해박한 사전 지식이 있는 것처럼 답변을 해야 펀드 가입 독려 효과가 높을 수 있다는 취지로 무조건 ‘매우 높은 수준’을 권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매우 안 높습니다”라며 소신 껏 ‘높은 수준’에 체크했다.

문 대통령이 전산 절차를 기다리면서 “농협의 오랜 고객”이라고 말을 건네자, 판매 직원은 “저희 농협은 민족자본 100%로 구성된 은행”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거래를 부탁드린다”고 화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자부심을 갖고 있어서 좋네요”라고 웃어보였다.

문 대통령에게 투자 상품의 설명을 마친 판매 직원은 전산 처리를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준비해 둔 대통령의 저서 ‘운명’을 꺼내 보였다.

“지루할텐데 이쪽에 사인을 부탁드려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며 넉살 좋게 사인을 요청한 판매 직원을 보면서 좌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문 대통령은 기분 좋게 사인을 해줬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