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은 돈 낭비” 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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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직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색하고 잇따라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둔 신경전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로 한국 방어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면서 한국의 이른바 ‘동맹으로서 안보 기여’를 요구하고 나선 모양새다. 미국의 불만이 호르무즈 파병, 남북 경제협력 등 미국 압박이 다양한 갈래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지난주 김정은으로부터 훌륭한 편지를 받았다. 편지 속에서 그는 ‘한국이 전쟁 게임(war games)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참모들에게 그것(한미 연합훈련)에 반대할 것을 권하고 싶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간섭하길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나는 그것이 완전한 돈 낭비(a total waste of money)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한미 연합훈련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적은 있지만 ’돈 낭비‘라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동맹 간 훈련을 비하한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무용론을 제기한 것은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지소미아 파기로 한미 간 균열 조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북-미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을 달래는 동시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방한해 청와대에 ’48억 달러‘ 규모의 주한미군 비용 명세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20일 종료된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은) 아주 많이 수정(축소)된 버전”이라면서도 “그래도 솔직히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정부는 “자체 방위력 증강을 통해 한미동맹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통해 미국을 설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자체 방위력 증강을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강조해온 무기 구입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이를 통해 방위비 증액 압박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 외에도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과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도 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청구서가 날아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이 과거처럼 단순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 대신 동맹기여금 개념으로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 군사적 지원이나 비용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문병기기자 weappon@donga.com
문병기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