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소멸 위기’ 고흥군에 주민들이 돌아온다

입력 | 2019-08-27 03:00:00

군청에 인구정책과 신설 등 효과… 상반기 전입자 39명 더 많아
귀농·귀촌인 창업지원 등 총력전




전남 고흥은 순천만과 보성만 사이 남해안에 돌출된 807km² 넓이의 반도(半島)다. 바다는 물론 산과 평야 등을 고루 갖추고 있는 데다 연평균 기온이 13.6도로 온화하고 일조량은 전국 평균보다 240시간 많아 품질 좋은 농수축산물이 생산된다.

먹을거리가 풍족한 고흥은 1968년 주민 수가 23만7223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농촌 인구 감소로 51년이 지난 올해 7월 고흥 인구는 6만5341명으로 무려 72.4% 감소했다. 고흥 전체 인구 중 39.3%(2만5691명)는 65세 이상 노인으로, 인구 소멸위기에 놓였다.

인구가 줄고 있는 고흥군에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전남지역 올 상반기 인구이동 자료에 따르면 고흥군과 순천시 나주시 등 3개 시군만 인구 순유입 현상이 나타났다. 순유입은 지역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나머지 전남 19개 시군은 전출자가 적게는 137명에서 많게는 5000여 명 더 많은 순유출 현상이 나타났다.

고흥군은 올 상반기 전입자가 3026명, 전출자가 2987명으로 전입자가 39명 더 많았다고 26일 밝혔다. 순유출이 많은 고흥에서 순유입 현상은 드문 상황이다.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놓인 고흥은 2017년 기준으로 한 해 1043명이 사망했고 227명이 출생했다. 인구 자연감소로 인해 전체 주민 수는 늘지 않았지만 감소 폭은 줄었다.

고흥군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인구정책과를 신설하는 등 지역 맞춤형 인구 유입 정책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귀근 고흥군수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인구정책과를 신설하고 고흥애(愛) 청년유턴, 귀향귀촌 등 50개 시책을 담은 인구정책 5개년 종합계획을 세웠다. 각종 정책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고흥군 남양면의 폐교된 옛 망주초교를 초보 귀농인을 위한 귀농·귀촌학교로 운영한 것이다. 귀농·귀촌학교는 청년이 100일 동안 농촌체험을 해보는 등 초보 농부들의 정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흥군은 또 귀농·귀촌인을 위해 상담부터 정착까지 공무원과 선배 농어업인이 도움을 주는 원스톱 지원을 하고 있다. 유자나 블루베리 체험농장도 운영한다. 대도시 귀농·귀촌박람회에 참가해 도시민 유치 컨설팅 등 다양한 홍보 활동도 벌이고 있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고흥에 귀농한 사람 705명 가운데 30대 미만은 61명(8.7%)으로 가장 적었고 50대는 246명(34.9%)으로 가장 많았다.

고흥군은 청년 유치를 위해 청년취업 컨설팅을 통한 일자리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30여 명으로 구성된 청년정책협의체를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또 향우회와 고흥사랑 귀향귀촌 상생업무협약을 맺고 귀농·귀촌인 창업 및 주택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송 군수는 “고흥이 국민건강지수와 여행환경 쾌적도 1위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도시민의 귀농·귀촌이 늘고 있다”며 “인구 유입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정책으로 살기 좋은 고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