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뫼중앙의원 이강안 원장, 중외학술복지재단 선정 제7회 성천상 수상
사시사철 푸르러 ‘청산도’라 한다. 전남 남단의 섬마을로 완도항에서 1시간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이강안 원장이 청산도 주민의 안부를 묻고 있다. 청산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곳에는 220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살고 있다. 타지와의 교류가 적어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변변한 의원 하나 없었다. 아픈 주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선 한 시간 바닷길을 왕래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위급한 환자라도 생기면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청산도 지킴이’를 자처한 백발의 의사가 있다. 바로 제7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된 푸른뫼중앙의원 이강안 원장이다.
○ 세월도 막지 못한 ‘이웃 사랑’의 사명
청산도는 고령 환자가 많아 응급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곳이다. 이강안 원장이 응급환자 이송에 함께 나서고 있다(위쪽 사진). 이강안 원장은 하루 평균 12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환자를 돌보는 이 원장.
“진료가 바쁠 때 조용히 찾아와 철마다 나는 과일이며 음식을 해다 나르는 주민들을 보면서 차마 다시 서울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못하겠더라고….” 멋쩍게 웃는 이 원장의 얼굴에 푸근한 고향의 정취가 묻어났다.
주름진 얼굴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밤중에 급성복막염 증상을 호소했던 주민 김두심 씨(86)가 전하는 이야기다. 모두가 잠든 사이, 갑자기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복통이 그녀를 찾아왔다.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 원장님’밖에 없었다.
청산도 주민들이 이 원장을 위해 바닷가 작은 조개껍데기로 손수 제작 한 감사패.
이 원장은 기지를 발휘해 완도 해경에 협조를 요청했고 해안경비정이 환자 이송에 동원됐다. 이를 계기로 응급환자 이송 체계를 정비했다. 이제는 위급 시 해경을 호출하면 경비정이 재빨리 움직인다.
푸른뫼중앙의원 이강안 원장을 비롯한 병원 식구들(위쪽 사진). 이강안 원장은 자택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방에도 약품 을 구비해둔다. 퇴근 후 약품을 정리하는 모습.
마을 노인정이 따로 있지만 의원 역시 만남의 장소다. 앞집, 뒷집, 너나 할 것 없이 한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특별한 질병 없이 병원을 찾는 주민들도 있다.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친구들이 모여 앉아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때론 맛있는 음식을 챙겨 서로 나누기도 한다.
이 원장은 부임 당시 자신을 믿지 않는 주민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지금 이 원장은 마을의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마을의 지킴이이자 어르신으로 대접 받는다. 이 원장은 “푸른뫼중앙의원이 주민들의 쉴 만한 나무가 되기 바란다”며 “마음이 아픈 사람도, 몸이 아픈 사람도 한데 모여 치유되는 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장애인 지원에 앞장서는‘중외학술복지재단’ ▼
청산도=김동주 기자 z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