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인 선수 모아 첫 야구팀 만들고 정부-국회 찾아 다니며 지원 요청 6년만에 국가대표팀 틀 다져가 “내 재능기부는 양국 미래 위한 투자, 경기장 건설에 한국의 지원기대”
‘라오스 야구의 대부’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사인볼과 사인배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6일 오후 외교부 아세안국 초청강연으로 국민외교센터를 찾은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61)은 “SK 와이번스 감독에서 물러나고 현장을 떠난 지 5년이지만 야구인 이만수가 할 수 있는 게 38가지나 되더라”고 했다. 그중 한 무대가 ‘야구 불모지’ 라오스다. 이 이사장은 2014년 11월부터 라오스에 야구를 보급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마실 물도, 먹을 빵도 모자란 가난한 공산국가에서 야구는 상상하기 어려운 스포츠였다. 라오스에 야구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도착했을 때 선수라곤 고작 11명, 그중 5명은 운동화도 없는 맨발이었다. ‘20명은 있어야 야구를 할 수 있다. 야구하고 싶은 사람은 물과 빵을 줄 테니 모여라’ 했더니 400명이 모였다고 한다. 운동장 5바퀴를 돌려서 200명으로 줄이고, 100m 달리기로 100명으로, 50m 달리기를 통해 또 절반을 줄였다. 그리고 마지막 캐치볼 테스트를 통과한 40명으로 최초의 라오스 야구팀을 탄생시켰다.
이 이사장은 “야구복을 입었을 때는 모두가 (내게)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것처럼 했는데 야구복을 벗고 나니 제일 먼저 겪은 게 거절이었다”고 회고했다. 축구장을 전전하는 선수들을 위해 라오스에 최초의 야구장을 짓기로 한 뒤 라오스 정부로부터 부지 약 6만9000m²(약 2만1000평)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지만 건설 비용이 턱없이 부족했다. 대구은행에서 3억 원을 기부받고, 이 이사장 본인 재산도 기부했지만 재원은 여전히 부족했다. 한국 국회를 상대로 설득했지만 성과는 미비했다. 현재 60% 정도 지어진 야구장은 우기가 걷히고 건기가 찾아오는 10월경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나의 재능기부가 곧 대한민국과 라오스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라오스 야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물론이고 더 많은 인적 교류들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