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질환 <6> 무증상 뇌졸중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었는데도 건강검진에서 ‘뇌 문제가 있다’고 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소견서를 가지고 여러 병원에 방문하거나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증상 없이 발견되는 뇌혈관 병변을 ‘무증상 뇌졸중(뇌중풍)’이라고 한다.
뇌졸중은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로 구분된다. 뇌졸중의 대부분은 편측 마비나 언어장애 등 국소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크기가 작거나 본인이 인지하기 어려운, 혹은 뇌에서 활동이 적은 위치에 발생할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병변들은 MRI 검사를 통해 발견될 수 있는데 열공경색, 백색질 변성, 미세뇌출혈 등의 소혈관질환과 뇌혈관 벽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 모야모야병을 포함한 뇌동맥의 협착 등이 대표적이다.
MRI 보험급여가 확대되기 전에 대학병원의 신경과를 찾은 1080명의 두통 초진환자(평균 48세)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내연구에 따르면 MRI 또는 CT(컴퓨터단층촬영)를 시행할 경우 환자의 약 7%에서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이상이 관찰됐다. 그중 절반은 뇌혈관질환으로 나타났다.
고령일 경우 평소에 없던 갑작스러운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발생하고 신경학적 이상이 있다면, 검사를 해보는 것이 권장된다. 평소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 고지혈증 등 위험인자 관리와 함께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혈관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혈관 협착 있을 땐 약물치료 필요” 무증상 뇌졸중에 대한 Q&A ▼
―MRI와 MRA는 어떻게 다른가….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는 뇌를 보는 검사다. 반면 MRA(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는 뇌혈관을 보는 검사다. 상황에 따라 조영제 활용 여부가 결정된다. 조영제를 사용한다면 MRI에서는 뇌종양, 감염, 혈관염 등의 감별이 용이하다. MRA는 대동맥궁 등 심장 바로 위쪽의 경동맥, 척추동맥의 혈관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이 나오면 검사를 자주 해야 하나….
MRI/A에서 뇌혈관 병변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모든 환자가 매년 한 번씩 다시 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 추적 검사 여부는 환자의 혈관 상태에 따라 다른데 열공경색, 백색질 변성, 미세뇌출혈 등 소혈관질환만 있는 경우는 대부분 추적 검사가 무의미하다. 하지만 모야모야병, 중등도 이상의 뇌혈관 협착, 뇌동맥류가 있는 경우는 반드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혈관협착의 경우는 위치에 따라 비용이 저렴한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증상 뇌졸중 진단을 받으면 약을 먹어야 하나….
명확한 뇌경색, 뇌출혈의 병력이나 병변 없이 백색질 변성, 소혈관질환 병변만 관찰된다면 아스피린 등의 항혈전제나 치매 예방약으로 알려진 일부 약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러한 병변이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위험인자에 대해 약물치료를 포함한 적극적인 뇌졸중 예방이 필요하다. 명확한 뇌경색 병변이 있거나(열공경색 포함), 혈관 협착이 있는 경우는 항혈전제와 스타틴 등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허성혁 경희대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