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공정위 추진정책을 발표한 뒤 생각에 잠겨있다. 2019.8.27/뉴스1 © News1 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27일 국내 대기업의 경영 행태에 대해 “총수 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 등 개선할 부분이 아직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후보자는 대기업의 경제 발전 기여를 높게 사면서도 일감몰아주기 관행이 대·중소기업에 모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후보자는 취임 당시 4대 그룹의 불공정행위를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힌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달리 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기업집단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되겠지만 시장에서의 반칙행위 또한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기업 규모에 따라 양형 기준이 달라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대기업에 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조 후보자는 “과거에는 문어발식 계열 확장 등에 따른 동반부실화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했지만 위기를 극복한 현존 대기업 집단의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고 평가하며 “변화된 환경에 맞게 역점을 둘 분야 또한 달라질 필요가 있다. 그간의 제도적 개선과 시장 시스템 변화에 맞춰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실효성 있는 행태 교정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국제적인 분업에 의존했던 대기업들이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할 수 있다”며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공정위의) 심사가 늦어져 발생하는 문제는 신속히 처리하겠다. 일감몰아주기 예외 조항에 있어서도 긴급성이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밝혀 기업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으로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경제활성화 요구로 정부의 공정경제 기조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경기 심판자는 어떤 경우에도 룰(규칙)을 지켜나가야 하는 게 맞다. 일관성과 원칙이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시장 구조 개선이 시급한 산업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꼽았다.
조 후보자는 “플랫폼 사업자나 빅데이터 사업자들의 불공정 행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의 경우 정보 독점력을 통한 독과점 지위 이용 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 분야는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ICT 분야) 사건들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커 개별 사건의 조사·제재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구조적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호반건설의 불공정행위 의혹에 대해서도 조 후보자는 예의주시하며 법 위반사항 발견 시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리더십 문제에 대해서는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등 경험을 소개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후보자는 Δ일 Δ책임 Δ신뢰가 리더십의 본질이라고 정의한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공정위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공정위 직원과 같이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설득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날 조 후보자는 “피규제 대상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어떤 형태가 될 지는 고민해야겠지만 기업과의 소통은 앞으로도 지속하겠다”며 “정책을 수행하는 당국으로서 여야 막론하고 의원들도 열심히 만나 질타와 조언을 듣겠다”고도 했다.
조 후보자는 재임 중인 서울대 교수직은 휴직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의 임무가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갔을 때) 부끄럽지 않은 교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9일 차기 공정거래위원장에 지명됐으나 아직 인사청문회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는 “취임하게 되면 현재 공정경제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시장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