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이동현. /뉴스1 © News1
표면적으로는 아름다운 이별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씁쓸함이 감춰져 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이동현이 은퇴를 선언했다. LG에서만 19년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의 은퇴다. LG는 은퇴를 만류하다 이동현에게 남은 시즌 1군 동행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은퇴경기, 은퇴식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씁쓸함이 묻어난다. 은퇴 발표가 미뤄지는 과정에서 이동현은 19년 간 정든 유니폼을 벗겠다는 결단을 내렸음에도 박수 대신 찝찝한 시선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스프링캠프를 소화했지만 시범경기 막바지 어깨 통증이 발생, 2군에서 시즌을 맞이한 이동현은 젊은 선수들로 재편된 팀 불펜을 바라보며 “후배들에게 밀렸다고 깨끗히 인정한다”며 은퇴를 결심했다.
이동현의 바람대로 700경기 달성 기회도 얻었다. 지난해까지 이동현의 통산 경기 수는 696. 지난 9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이동현은 20일 KIA 타이거즈전에 등판, 통산 699경기를 기록했다.
그 다음날인 21일, 이동현은 구단과 류중일 감독에게 700경기를 채우고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22일 NC 다이노스전에 등판,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12번째 700경기 등판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등판을 마친 뒤 덕아웃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동현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LG 구단은 당초 700경기 달성 다음날인 23일 이동현의 은퇴를 공식발표하려 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이동현은 팬들은 큰 관심과 주목 속에 흔치 않게 결단내린 은퇴를 축하받을 수 있었다.
결국 이동현의 은퇴 사실은 24일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동현이 원치 않는 내용의 기사가 거듭 생산됐다. 이동현은 스스로 결단을 내려 명예롭게 은퇴하고자 했으나, 그것보다 류제국과 같은 시기에 은퇴하게 된 사실이 더욱 주목을 받았다. 구단에 등떠밀려 유니폼을 벗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매끄럽지 않은 은퇴 발표로 인해 이동현은 팬들에게 직접 인사할 기회도 놓쳤다. 구단에서 은퇴경기, 은퇴식 등을 준비하겠다고 했으나 이미 김이 빠진 모양새다. KIA 타이거즈가 보안을 잘 유지하다 6월18일 이범호의 은퇴를 공식 발표한 뒤, 그 다음날 곧바로 취재진과 인터뷰 자리를 마련한 것과 LG의 행보는 대조를 이룬다.
씁쓸한 뒷맛을 남겼지만 이동현은 끝까지 19년 동안 지켜온 팀을 생각했다. 계획을 바꿔 구단의 은퇴경기 제안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 사실 이동현은 700번째 등판을 스스로 은퇴경기로 여겨 별도의 은퇴경기를 치를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팀에 도움이 된다면”이라며 생각을 달리했다.
LG는 지난해까지 9년 연속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 시즌까지 100만 관중을 넘으면 10년 연속이라는 의미있는 기록을 세운다. 그러나 홈 10경기를 남겨놓은 현재 LG의 관중 수는 84만2104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경기 수 대비 약 14% 감소했다. 이 추세면 올 시즌 LG는 100만 관중 달성에 실패한다.
이동현은 “내가 엄청나게 잘한 선수도 아니고, 따로 은퇴경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며 “그런데 10년 연속 100만관중이 아슬아슬한 상태라고 들었다. 만약에 내 마지막 던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팬들이 단 10명이라도 더 온다면 관중 기록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