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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애경, 가습기살균제 청문회서 첫 사과…“대단히 송구”

입력 | 2019-08-27 14:44:00

27일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청문회
공론화 후 가해기업 관계자 첫 공식 사과
최창원 "법적 책임 떠나 책임 다하겠다"
채동석 "재판 결과에 맞는 대응 하겠다"
특조위 "조건부에 실망…옆구리 찌른 듯"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현직 관계자가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건 공론화 이후 가해기업으로 지목된 기업의 첫 공식 사과다.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는 27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보고 고통을 당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전한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국민 여러분께도 대단히 송구하다”고 했다.

이어 “SK케미칼이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간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피해를 지원, 소통하는 점에서 부족했다는 따가운 질책도 잘 알고 있다”며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진일보한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부회장)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지겠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큰 일을 처음 당해 대처가 불합리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하나하나 배워 조금이라도 실망을 드리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건부 사과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 전 대표이사는 “저희가 현재 재판 중에 있다”면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고, 피하려고 하지도 않겠지만 판결이 나오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가도록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채 대표이사 역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고 애경과 오래 (일을) 한 분들이 지금 구속된 상태”라며 “강도 높게 조사를 받고 있고 조금 있으면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이에 맞는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심문위원으로 나선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그렇게 조건을 달면 피해자들이 사과로 받아들이겠느냐”며 “그동안 두 기업이 피해자에게 사과할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해 이번 청문회가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기대했는데, 옆구리 찔러 사과 받은 느낌에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황필규 위원은 “진실을 밝히고 구체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방지와 피해자 구제 대책을 이야기하는 게 사과”라며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다 사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방청석에서 현장을 지켜본 피해자 가족들은 “사과하라,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꾸준히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한 증인들에게는 “그냥 가습기 살균제를 써라. 쓰고 죽어라”고 고성을 내기도 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주최한 이번 청문회에서는 유공·SK케미칼·애경산업 등의 전·현직 관련자를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 최초 개발 경위 및 원료공급, 제품 제조·판매 과정과 참사 대응과정의 문제점 등을 추궁했다.

최 전 대표이사와 채 대표이사를 포함해 김철 SK케미칼 대표이사,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 양정일 SK케미칼 법무실장, 양성진 전 애경산업 홍보총무부문장, 이영순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등 10명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최태원 SK회장, 김창근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 등 7명은 불출석했다.

청문회는 이날 오후까지 이어져 정부 및 피해지원 분야를 다룬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이정섭 전 환경부 차관 등이 증인으로 참석한다.

오는 28일 열리는 청문회 둘째날에는 옥시레킷벤키저와 LG생활건강 측 증인들에 대한 질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