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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과민반응 체질인 것을 간과하고 부작용이 있는 주사제를 처방해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는 물론 병원 경영진에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민사12부(오기두 부장판사)는 주사제 부작용으로 인한 쇼크로 숨진 A씨(53)의 유족이 충북 보은군의 한 병원 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료재단이 A씨 유족에게 2억3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또 다른 병원은 A씨에게 ‘몸에 소염진통제 B약물 부작용이 있다’며 주의를 경고했다. 이후 A씨는 B약물 명칭을 직접 적은 쪽지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
2016년 11월15일 오른쪽 발목을 다친 A씨는 다음날 충북 보은군에 있는 한 병원을 찾았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엑스레이 촬영 등을 진행한 뒤 발목 부위 인대손상으로 진단했다.
같은 날 오후 2시26분쯤 전문의는 A씨에게 B약물 성분의 주사제 2㎖와 먹는 약을 처방했다.
병원 간호사는 전문의 처방에 따라 B씨에게 근육주사를 투여했다.
곧바로 처방전을 가지고 인근 약국으로 간 A씨는 약사에게 B약물명이 적힌 쪽지를 보여주면서 처방된 약에 해당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물었다.
약사는 처방 약물과 B약물 성분이 거의 비슷하다고 답했고, A씨는 처방전 변경을 위해 급히 발길을 돌렸다.
A씨와 동행했던 C씨가 먼저 전문의에게 약물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는 사이 전화가 왔다. A씨는 C씨에게 “주사에도 약 성분이 있었던 것 같다. 신호가 온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약물 과민반응에 대한 약 투여 등 응급조치를 했지만, A씨는 오후 4시11분쯤 숨졌다.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B약물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쇼크(과민성 쇼크)로 추정됐다.
해당 전문의는 지난해 2월7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17일 전문의가 숨져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유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료재단은 “당시 의사가 A씨에게 복용하던 약과 과거력에 대해 질문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A씨가 숨진 것은 평소 앓고 있던 심장질환 등이 경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약국에 갔을 때 부작용 약물이 적힌 쪽지를 보여주며 성분을 물은 점 등으로 볼 때 의사에게 복용하던 약과 과거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도 답하지 않았을 것으로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의사는 잘못된 주사약 처방으로 A씨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를 예견하고 회피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환자 사전 문진표 작성과 설명서 교부 등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의료진 실수를 예방할 수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며 병원 경영진의 책임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는 병원 경영진이 마련한 적절한 진료 운영스시템에 따라 전문의나 기타 의료인력에게 과거 병력이나 복용하던 약에 관해 질문을 받고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더라면 (부작용 약물이 적힌) 쪽지를 보여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에 따라 전문의에게 동일 성분의 약이 처방되지 않을 수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의 사망 원인이 약물에 의한 쇼크로 추정되고, 달리 사망에 다른 원인이 개입됐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 병원 경영진과 전문의의 과실 인과관계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는 A씨나 보호자에게 투여하는 주사제로 인한 부작용과 합병증, 다른 치료 방법 등에 대해 문진하지 않고 필요한 설명을 하지 않은 과실로 사망하게 했다”며 “종합적으로 병원 경영진 내지 운영자에게 A씨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참작해 피고의 책임 범위를 85%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청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