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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업 정보 목말라하는 취준생들[현장에서/송혜미]

입력 | 2019-08-28 03:00:00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해외취업전략 설명회를 찾은 구직자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송혜미 정책사회부 기자

26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해외취업전략 설명회’가 열렸다. 해외 취업 준비생들에게 국가별 취업전략과 정부의 지원 사업 등을 소개한 이날 설명회에는 청년 약 800명이 왔다. 이들은 취업전략과 해외 취업 성공담을 꼼꼼히 메모해 가며 경청했다. 해외 취업 상담부스에는 줄을 길게 늘어섰다. 모두들 취업에 목말라하는 눈빛이었지만 일본 기업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특히 더 절박해 보였다. 당초 계획과는 달리 일본 일자리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모 씨(26)는 “취업이 어렵다 보니 정보 하나하나가 아쉽다”며 “한일 외교 문제의 불똥이 취업시장에까지 튀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무역회사 입사를 희망하는 25세 여성은 행사장에 와서야 일본 관련 내용이 없다는 걸 알았다. 해외취업전략 설명회라고 하니 당연히 일본도 포함된 줄 알고 찾았다가 헛걸음을 한 것이다. 이 여성은 “한국에서는 취업이 어려울 것 같아서 일본으로 눈을 돌렸는데 하필 제가 취준생일 때 이런 일이 터져서…”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본인이 원하는 일본 취업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자리를 뜨지 않고 행사장을 둘러보며 정부의 해외 취업 지원 사업과 연수 사업 설명을 들었다.

설명회에서 만난 일본 기업 취준생들은 다음 달 열릴 예정이던 고용노동부의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도 참석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글로벌 일자리 대전은 원래 일본 기업이 참여 기업의 75%가량을 차지하는 해외취업박람회이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정부가 이를 취소했다. 대신 정부는 미국과 유럽, 아세안 기업으로 참가국을 더 넓힌 해외취업박람회를 11월 열기로 했다.

한 청년은 이런 사실을 기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청년은 “큰 박람회라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미 예정된 일정을 취소한 것이냐”며 허탈해했다. 연기된 11월 박람회에 일본 기업이 어느 정도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일본 TV아사히 취재진도 행사장을 찾아 “한국 청년들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며 구직자들에게 반응을 물었다. 청년들은 통역으로 전달되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못한 채 난감한 표정만 짓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뷰에 응한 한 청년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취업 행사에서 일본이 제외되는 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다들 취업이 어려운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취준생 입장에서 일본 취업 정보가 제한되는 상황이 반갑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에 부담이 될까 말을 아끼는 모양새였다. 인터뷰를 마친 이 청년은 설명회에서 나눠준 책자를 안고 다른 부스를 둘러봤다.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있을까, 행사장을 꼼꼼히 둘러보는 그의 눈빛이 절박해 보였다.

송혜미 정책사회부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