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 파장]李총리 “부당조치 철회땐 재검토”
총리공관서 고위당정협의회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로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 총리는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시키고 우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경제보복-지소미아 파기 동시 철회論
이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로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일본 정부가 안보상 신뢰 훼손을 이유로 우리를 수출 우대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한 마당에 우리가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국익과 명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가 종료하는 11월 23일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다”며 “그 기간에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파기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한일 갈등에서 비롯된 만큼 원인이 제거되면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입장도 바뀔 수 있다는 것. 정부 내 대표적인 지일파로 꼽히는 이 총리를 통해 일본과의 대화 복원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런 국면에서 지소미아 파기 결정 닷새 만에 이 총리가 다시 한번 협정 원상복구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일본에 외교적 해결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투 톱 외교’를 언급하며 이 총리의 역할론을 강조해왔다”며 “대통령은 원칙론적 입장을 견지하며 일본에 강경하게 나가되 총리가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 일본에 ‘외교적 해결’ 손 내밀며 미국 달래기
지소미아 파기 재검토 카드가 다시 나온 것은 미국의 반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갈등에 관여 의지를 내비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강한 우려와 실망” “문 정부(Moon administration)의 심각한 오해” “미군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것” 등 강도 높은 표현으로 갈등 고조의 화살을 한국으로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갈등의 일차적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미국의 관여를 이끌어내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총리의 지소미아 재검토 가능 발언에 대해 “지소미아 종료 발표 당시에도 밝혔던 입장”이라며 “일본의 변화가 있다면 그때 가서 재검토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