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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석달간 외교 해결’ 日에 대화메시지… 반발하는 美 달래기도

입력 | 2019-08-28 03:00:00

[지소미아 파기 파장]李총리 “부당조치 철회땐 재검토”




총리공관서 고위당정협의회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로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 총리는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시키고 우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미국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지소미아 파기 재검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하면 정부도 지소미아를 원상복구할 수 있다는 한일 간 ‘동시행동’ 카드를 꺼내든 것. 일본에 한일 갈등의 외교적 해결의 공을 다시 넘기는 동시에, 예상보다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워싱턴을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 경제보복-지소미아 파기 동시 철회論

이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로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일본 정부가 안보상 신뢰 훼손을 이유로 우리를 수출 우대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한 마당에 우리가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국익과 명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가 종료하는 11월 23일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다”며 “그 기간에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파기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한일 갈등에서 비롯된 만큼 원인이 제거되면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입장도 바뀔 수 있다는 것. 정부 내 대표적인 지일파로 꼽히는 이 총리를 통해 일본과의 대화 복원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특히 이 총리의 지소미아 파기 재검토론은 대일(對日) 강경대응 기조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25, 26일 독도에서 그동안 미뤄왔던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역대 최대 규모로 치르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부품·소재 국산화를 지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등 극일(克日) 드라이브에 나섰다.

이런 국면에서 지소미아 파기 결정 닷새 만에 이 총리가 다시 한번 협정 원상복구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일본에 외교적 해결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투 톱 외교’를 언급하며 이 총리의 역할론을 강조해왔다”며 “대통령은 원칙론적 입장을 견지하며 일본에 강경하게 나가되 총리가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 일본에 ‘외교적 해결’ 손 내밀며 미국 달래기

지소미아 파기 재검토 카드가 다시 나온 것은 미국의 반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갈등에 관여 의지를 내비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강한 우려와 실망” “문 정부(Moon administration)의 심각한 오해” “미군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것” 등 강도 높은 표현으로 갈등 고조의 화살을 한국으로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갈등의 일차적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미국의 관여를 이끌어내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총리의 지소미아 재검토 가능 발언에 대해 “지소미아 종료 발표 당시에도 밝혔던 입장”이라며 “일본의 변화가 있다면 그때 가서 재검토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2일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일본에 공식 통보했을 당시에도 상황 변화에 따라 해당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소미아 협정문에는 파기 결정을 철회하는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아 한일 갈등이 급반전되더라도 지소미아를 원상복구하는 데 적지 않은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정치적으로 합의할 수 있지만 거꾸로 일본이 지소미아 파기의 책임을 물으며 원점에서 협정을 다시 논의하자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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