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승리.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28일 오전 중랑구 묵동 서울지방경찰청은 장 선 날처럼 북적였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으로 잊혀지고 있던 빅뱅 전 멤버 승리의 경찰 소환을 취재를 위한 기자들이 모였기 때문이죠.
취재를 늦게 갔더니 경찰서 앞마당까지 이미 기자들로 꽉 차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른바 클럽 ‘버닝썬’ 사태로 경찰 조사를 거쳐 검찰에 넘겨진 지 65일 만에 다시 승리를 취재했습니다.
승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을 하고 이른바 ‘환치기’ 수법으로 도박 자금을 조달한 혐의로 이 날 다시 소환됐습니다.
오전 9시 55분 쯤 승리가 검은색 자동차에서 내립니다.
비장한 모습.
길 건너 오토바이 아저씨도 이 장면이 신기한 듯 스마트폰으로 촬영중입니다.
오전 9시 55분 쯤 승리는 검은색 차량에 내려 짙은 양복을 입고 좁은 문으로 들어섰습니다. 긴장했는지 두 번에 걸쳐 상의 단추를 잠글 수 있었습니다.
상의 단추를 채우며 문 앞을 걸어오는 찰나!
갑자기 변호인이 승리 앞을 지나 먼저 들어옵니다.
취재진이 욕을 하던 고함을 치던 변호인은 승리를 가리며 정면에 있던 취재진들을 물먹입니다.
경찰 포토라인 앞에 서면 재벌가도, 연예인도, 정치인도 모두 로봇처럼 하는 말이 있죠.
“성.실.한.자.세.로.조.사.에.임.하.겠.습.니.다.”
“심.려.를.끼.쳐.죄.송.합.니.다.”
12년 전 이맘 때 쯤 제가 군대 훈련소에 있을 때 제일 먼저 바깥 세상과 접촉했던 건 ‘귀’였습니다. 쉬는 시간 빅뱅의 ‘거짓말’이 훈련소에서 울려퍼진 적이 있었죠. 지금 들어도 세련된 음악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한 때 최고의 가요 그룹이었던 멤버들이 이렇게 몰락할 줄은 몰랐네요.
내일(29일)도 경찰서 앞은 YG를 기다리는 취재진으로 붐빌 예정입니다.
승리의 전 소속사 대표인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도 같은 혐의로 오는 29일 경찰서에 출석할 예정입니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