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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조용휘]‘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의 현주소는…

입력 | 2019-08-29 03:00:00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슬로건은 ‘동북아 해양수도’다.

부산이 이 슬로건답게 해양수산정책을 유효적절하게 실천하고, 인프라도 잘 갖추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No)’다.

부산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오거돈 부산시장이나 지역 국회의원, 관계자들이 입만 벌리고 있으면 감이 떨어질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며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이대로라면 경쟁도시에 뒤처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항구도시인 인천의 2017년 지역내총생산(GRDP)은 부산보다 앞섰다. 부동의 2위였던 부산의 GRDP가 3위로 추락했다. 인구도 부산의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다.

부산의 상징인 부산항은 1876년 부산포로 개항해 1906년부터 부두를 만들었다. 현재는 북항 신항 등 6개 컨테이너터미널과 국제여객터미널을 갖추고 선박 169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국내 제1의 항구다.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기준 2239만5000개로 국내 전체의 75.4%를 차지한다. 세계 6위 항구이자 환적항으로는 세계 2위 항구다. 국내 최대의 수산물시장인 자갈치시장, 국내 어선 어업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부산공동어시장도 큰 자산이다.

겉(하드웨어)만 보면 부산이 해양수도로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속(소프트웨어)을 들여다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명색이 해양수도라고 자부하면서 해양과 항만, 수산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정책연구기관 하나 없다. 수도권에서 이전해 온 해양수산개발원(KMI)이 있으나 ‘국책연구원’이라는 핑계로 부산의 해양정책 마련엔 뒷전이다. 5개 과, 20개 팀으로 조직된 부산시의 해양수산물류국은 행정지원 부서에 불과하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선제적인 부산의 해양 비전을 창조하기 어렵다.

시민단체에서는 산적한 부산의 해양수산 현안과 체계적인 정책 대응을 위해 가칭 해양수도정책연구원 설립을 최근 제안했다. 이곳에서 해양자치권의 논리 개발과 부산항만공사의 자율성 확보, 해사법원 설립 당위성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양관광과 해양문화, 해양금융, 해양환경, 수산정책도 발굴해 부산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 수준의 부산항 미세먼지 해결도 숙제다. 2016년 부산항은 세계 10대 초미세먼지 오염항에 뽑혔다. 하루빨리 선진항만 그린포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부산 영도에 있는 국내 유일의 ‘국립해양박물관’ 운영방식도 문제다. 당장 인천이 2024년 개관을 목표로 전액 국비가 투입되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해양박물관은 건립비를 20년간 분할 상환하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이어서 운영과 관리에 애로가 많다. 박물관 측은 형평상 국비 투입으로 BTL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박물관 명칭도 ‘국립중앙해양박물관’으로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이 ‘해양은 어차피 우리’라는 우월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동북아 해양수도’는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와 오 시장은 미래 부산을 위해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대양을 이룬다)의 자세로 각계각층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부산 해양의 헤게모니를 빼앗겨선 안 된다.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