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풀타임서 린드블럼과 20승 합작, 두산 박세혁

좋은 포수 없이 좋은 투수는 나오기 어렵다. 프로야구 두산 포수 박세혁이 없었다면 린드블럼의 올 시즌 활약도 지금처럼 대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부진했던 타격감까지 회복한 박세혁은 ‘양의지 대신’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지우고 ‘두산의 안방마님’ 자리를 다지고 있다. 동아일보DB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세혁은 “주전 포수 첫 시즌에 20승이라는 대기록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기록 아닌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린드블럼은 박세혁을 “제2의 투수 코치”라고 부를 만큼 그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이에 대해 박세혁은 “내가 오히려 린드블럼에게 배우는 게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린드블럼은 KBO리그에서만 5시즌째 1선발로 뛰고 있는 선수다. 처음 주전을 맡은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린드블럼과 사용했던 볼 배합을 다른 투수 공을 받을 때 응용하면 좋은 결과가 많이 나온다”고 고마워했다.
올해는 박세혁에게 여러모로 부담이 큰 시즌이다. 지난해까지 주전 양의지의 백업으로 나섰던 박세혁은 올해 풀타임 주전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급격히 늘어난 출전 시간 때문에 체력 부담도 컸다. 6, 7월은 체력 저하에 슬럼프가 겹치면서 두 달간 타율이 0.172까지 곤두박질쳤다. 박세혁은 “그때는 나 스스로를 자꾸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너무 잘하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도 못 할 때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발 빠른 포수’로 알려진 박세혁은 28일 현재 3루타 9개로 포수로는 한 시즌 최다 3루타 기록을 갖고 있다. 28일 SK전에서 박세혁은 팀이 1-2로 밀린 6회 적시 3루타로 2-2 동점을 만든 뒤 후속 타자 허경민의 안타 때 홈을 밟아 3-2 역전의 주역이 됐다. 두산은 이날 4-2로 이겼다. 포지션 특성상 기동력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박세혁은 매일 단거리 러닝 훈련을 하며 주력을 유지하고 있다. 도루도 7개로 전체 포수 중 가장 많다. 박세혁은 “나는 뛰어야 몸이 풀리는 편이다. 러닝 훈련이 루틴이 돼서 매일 빠뜨리지 않고 한다. 발이 빨라야 수비 때도 좀 더 빠르게 반응하고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SK에 무릎 꿇었던 두산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설욕을 노린다. 박세혁은 “단기전에서의 내 역할은 상대 타자들을 최대한 많이 연구하고 그에 맞는 볼 배합을 고민하는 일이다. 정규 시즌 데이터를 토대로 공부를 많이 하려고 한다”며 눈을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