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건강, 근육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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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골격을 지탱하는 근육량은 대개 30대 초반에 정점을 찍은 뒤 40세부터 매해 평균 1%가량 감소한다. 하지만 최근엔 근육량 감소를 노화의 당연한 과정으로 여기지 않고 질병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근육량 유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근감소증’에 ‘사코페니아’라는 이름을 붙여 질병코드를 부여했다.
○ 근육 감소가 질병 초래
연구에 따르면 체지방은 유지한 상태로 근육량만 감소했을 경우 당뇨병 발병률은 4.8%로 체지방과 근육량을 유지한 그룹(2.2%)의 약 2.2배에 달했다. 김 교수는 “팔다리 근육은 탄수화물에서 소화된 포도당을 저장한 뒤 필요할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근육량이 줄면 포도당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진다”며 “남은 포도당이 혈중 당 수치를 높여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노인 24%는 근감소증
아직 국내에서는 근감소증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치매나 골밀도 수치처럼 노년층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에 따르면 65세 이상 3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약 24%가 근감소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80세 이상에서는 약 39%가 근감소증을 앓고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자신이 근감소증인지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는 간이 측정법도 있다. 경희대병원 원장원·김선영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설문지는 걷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어려움을 겪는 정도를 묻는 5가지 문항을 만들었다. 총점(0∼10점) 4점 이상일 경우 근감소증이 의심되므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원 교수는 “근육량 감소는 하체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며 “근감소증으로 의심되는 환자 중 80%가량은 종아리 둘레가 32cm 이하였다”고 설명했다.
○ 꾸준한 하체운동은 필수
근감소증에는 특별한 약이 없다. 규칙적인 근력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로 근육 감소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전체 근육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하체운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걷기운동은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량 증가에 도움이 되고 몸에 큰 무리가 되지 않아 노년기에 가장 좋은 근감소증 예방운동이다.
근육의 주성분인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콩은 인체에서 스스로 합성하지 못하는 8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근육량 유지에 도움이 된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 노인들은 육류를 먹으면 비만이나 암에 걸린다는 인식 때문에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편”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의 체내 흡수가 더디기 때문에 육류를 꾸준히 섭취해야 근육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