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 <5·끝> 중국 소설가 옌롄커
옌롄커는 중국 부조리 서사의 대가로 꼽힌다. 그의 작품에 대해 김승옥 심사위원은 “사회주의 체제에 억눌린 개인의 비극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작가”라고 평했다. 자음과모음 제공
문화혁명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유가 사상을 비판적으로 보면, 황제의 절대 권력에 맹종하라는 비민주적 사상이다. 현대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역행하는 사고인 셈이다. 그의 두 작품을 그가 말하는 ‘생존 현실’에 비춰서 분석해봤다.
옌롄커의 소설은 제목이 주는 의미가 강력하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2004년)와 ‘사서’(四書·2010년)를 비롯해 문화혁명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인생을 기록한 ‘나와 아버지’(2010년)가 있다. ‘나와 아버지’는 특히 문화혁명기 시골 풍경과 당시 경험을 객관적으로 그린 자전적 작품으로 알려졌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연설 제목에서 따왔다. 이 연설 구절은 후에 혁명 정신의 상징이 된다. 그러나 소설에서 ‘인민을…’은 혁명 정신이 아닌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는 불운의 기호다. 동시에 주인공 남녀의 사랑을 나타낸다.
이곳에 머물던 지식인들은 결국 반 이상이 굶어 죽는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제목 ‘사서’(四書)를 결국 ‘사서’(死書)로 읽고 싶어진다. 이 소설이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하늘의 아이’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가면서 수용소에 갇혀 있던 지식인들에게 각자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허락한다. 살아남은 이들은 귀향 도중 한 무리를 만난다. 그들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수용소가 가장 살기 좋다며, 그곳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탈출하고 싶었던, 저주 받은 사지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니.
소설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비참함이다. 이런 비참함은 중국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 곳곳에 완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유의 크기가 조금씩 커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묵묵히 달걀로 바위를 깨듯 글을 써온 작가들에게 빚진 바가 크다. 미련한 작가들이 승리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달걀은 결국 바위를 깨뜨리고야 만다.
● 옌롄커는…
1958년 중국 허난(河南)성에서 태어나 허난대 정치교육과를 거쳐 해방군예술대 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창작 활동을 시작해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 ‘일광유년’(日光流年), ‘물처럼 단단하게’(堅硬如水), ‘풍아송’(風雅頌) 등을 펴냈다. 제1, 2회 루쉰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문학상 등 20여 개 문학상을 수상했다.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 20여 개국에 작품이 번역·출간됐으나, 중국 내에선 출간 금지된 작품이 적지 않다.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사랑을 고루 받으며 중국에서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
김승옥 고려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