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019.8.28/뉴스1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사법 판단이 29일 내려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2016년 말부터 이어져온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2016년 각종 의혹이 제기되며 그해 10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수사에 착수한지 2년10개월 만이다.
이날 전원합의체 선고는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생중계가 허가됐다. 대법원은 대법원 페이스북과 유튜브, 네이버TV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 중계영상이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 등에도 실시간 제공될 예정이라 TV로도 선고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상고심은 법률심으로 선고 당일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어 세 사람 모습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2월 국정농단 사건을 전합에 회부한 뒤 넉달간 6차례에 걸쳐 심리한 대법원은 6월 종결 이후로도 2개월여 뒤인 이날로 특별 선고기일을 잡으며 고심을 내비쳤다.
핵심 쟁점은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를 뇌물로 인정할지와, 포괄적 현안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는지 여부다.
반면 이 부회장 항소심에선 말 3마리 뇌물성과 승계작업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용역대금 36억여원만 뇌물액으로 판단해 이 부회장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아 풀려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두 쟁점을 전합에서 어떻게 판단할지에 따라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 부회장의 신병과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 항소심 판단과 달리 말 3마리 뇌물과 승계작업을 둘 다 인정하면 이 부회장의 뇌물액이 50억원을 넘게 돼 재수감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 미만이어야 최저 징역 3년 선고가 가능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어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 승계작업을 도우려고 고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벌인 것이란 검찰 측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이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형이 확정된다. 박 전 대통령의 총 형량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의 징역 5년까지 확정될 경우 징역 32년, 최씨는 이화여대 학사비리 혐의로 확정된 징역 3년을 합쳐 총 23년이 된다.
반면 대법원이 말 3마리 뇌물성과 승계작업 존재를 모두 부정해 이 부회장 형만 확정하면 이 부회장은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다시 받게 될 2심 재판에서 뇌물 인정액이 줄어들며 감형 취지의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 1심과 2심은 모두 승마지원금 70억여원(보험료 제외)을 뇌물액으로 판단했다. 2심은 여기다 1심이 무죄로 인정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까지 뇌물로 더 인정해 형량이 1년 늘어난 상태다.
또 대법원이 말 3마리 뇌물성과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 존재 중 하나만 인정할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 부회장 사건은 모두 파기환송심을 열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서 특가법상 뇌물혐의를 분리선고하도록 하는데 하급심이 합쳐 선고했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건만 파기환송될 수도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 전 대통령 지시를 적어뒀다는 ‘수첩’의 증거능력도 쟁점 중 하나다. 이에 대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심 판단도 엇갈렸다.
일각에선 전합이 원심을 깨되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스스로 양형 등을 선고하는 파기자판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이 경우 대법원이 피고인 신병 문제 등을 직접 결정하는 부담을 떠안게 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