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선출직 공무원의 뇌물죄는 다른 죄와 분리해 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고등법원이 위반했다며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또 삼성이 최 씨 측에 제공한 승마용 말 3마리도 형식적 소유권에 관계없이 실질적 처분 권한이 넘어간 것으로 봐 뇌물 액수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가장 액수가 큰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재단이 아닌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직접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뇌물로 보지 않았다. 대법원은 게다가 이 부분은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1, 2심 모두 인정한 강요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였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뇌물죄와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아 형이 줄어들지만, 수뢰액은 늘어나고 뇌물죄가 분리돼 선고됨에 따라 전체적으로 형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총 32년형을 선고받고 29개월째 복역 중이다.
대법원은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 원에 대해서는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뇌물로 인정했다. 영재센터 후원금은 제3자 뇌물에 해당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뇌물로 취급된 최 씨 측 승마 지원과 달리 부정한 청탁이 전제돼야 한다. 대법원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는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묵시적 청탁이 가능하다고 봐 1, 2심보다도 넓게 부정한 청탁의 성립을 인정했다. 하지만 삼성이 청탁의 대가로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는 특정하지 못해 청탁만 있는 뇌물이 되고 말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이 부회장 모두 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중요 쟁점에 대한 사법부 유무죄 판단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법원은 신속한 재판의 원칙에 따라 파기환송심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 불행한 역사를 매듭짓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사법 판단의 종료가 국정농단을 둘러싼 정치적 반목을 끝내고 국민 통합과 기업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