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둔병력 교체 연례행사” 설명… 中매체, ‘시진핑 승인’ 대대적 보도 ‘계엄령 검토’ 맞물려 긴장 고조… 홍콩경찰 “폭력우려 내일 시위 금지” 中판공실까지 행진 계획… 충돌 우려, 내달 2일엔 총파업-수업거부 예고돼
홍콩거리 누비는 中인민해방군 29일 새벽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장갑차가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홍콩으로 진입하고 있다. 중국 군 당국은 홍콩 주둔 병력의 연례적 교체라고 밝히고 있지만 홍콩 정부가 계엄령 발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라서 시위 무력진압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신화 뉴시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이날 오전 ‘권위 있는 발표’ 형식을 통해 “22번째 주홍콩 중국군 교체 작전을 시작했다”며 “이번 교체는 주홍콩 중국군 법의 교체 규정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고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승인을 받은 정상적인 연례 작전”이라고 밝혔다. ‘중앙군사위 승인’은 군사위 주석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시했다는 얘기다.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신화통신을 인용해 대서특필했다.
이어 신화통신은 사진 3장을 공개했다. 새벽에 장갑차가 줄지어 홍콩과 광둥(廣東)성 선전(深(수,천))시 접경 지역인 황강(皇崗)검문소를 통해 홍콩 도로로 진입하는 장면이었다. 사진에서만 최소 5대의 장갑차가 포착됐다. 병력을 태운 군용 트럭이 차례로 황강검문소를 통과하는 모습과 홍콩 항구를 통해 병력을 태운 중국 군함이 도착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하지만 홍콩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는 시점에 장갑차가 심야를 틈타 홍콩 도로에 진입한 장면을 공개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언제든 무력 개입이 가능하다고 경고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27일 자신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사실상 계엄령인 ‘긴급법’을 52년 만에 발동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에서는 람 장관이 긴급법을 발동한 뒤 보안성이 높아 시위대가 정보를 공유할 때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홍콩 경찰은 31일로 예고된 대규모 시위를 폭력시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금지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전선 측은 홍콩 행정장관과 입법회(국회) 의원 직접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시위대가 중국 중앙정부의 주홍콩연락판공실(사무소)까지 행진할 것이라고 밝혀 경찰과 충돌할 가능성도 나온다. 29일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 대표는 괴한 2명의 습격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샴 대표의 동료가 다치기도 했다.
시위대는 다음 달 1일 홍콩국제공항에서 다시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또 다음 달 2일부터는 총파업과 대학생, 중고교생들이 참여하는 수업 거부가 예정돼 홍콩 사태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