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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부산의료원장 공모 마감 이틀전 ‘노환중 내정’ 얘기 들어”

입력 | 2019-08-30 03:00:00

[檢, 조국 의혹 수사]
의료원장 놓고 경합한 교수 주장… “대통령 주치의, 노원장 참모” 언급도
강대환 “아무런 관련 없다”… 檢 ‘조국-오거돈-노환중 관계’ 주목
오거돈 시장 “정해진 절차따라 진행”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조 후보자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오거돈 부산시장의 ‘삼각관계’로 옮겨가고 있다. 유급당한 뒤 복학한 조 후보자 딸에게 6학기 연속 장학금을 준 노 원장의 부산의료원장 임명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조 후보자의 개입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노 원장이 “대통령 주치의 임명에 역할을 했다”고 밝힌 문건을 검찰이 확보한 가운데 대통령 주치의 강대환 양산부산대병원 교수(54)가 실제로 노 원장의 측근이라는 주장도 추가로 나왔다.

○ “강대환은 노환중의 참모”


노 원장과 부산의료원장 자리를 두고 경합했던 양산부산대병원 A 교수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주치의인 강 교수는 노 원장이 양산부산대병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함께 일했던 참모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박모 교수는 “병원 내 보직을 맡았기 때문에 강 교수와 노 원장이 서로 알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서도 “친밀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이 27일 부산의료원장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문건에는 ‘강 교수가 대통령 주치의가 되는 데 (내가) 깊은 일역을 담당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문건 제목(부산시장님 면담 2019-07-18)대로 노 원장은 올 7월 18일 오 시장을 면담했다.

이 때문에 조 후보자 딸의 지도교수로 ‘특혜성’ 장학금을 줬던 노 원장이 조 후보자에게 강 교수의 대통령 주치의 임명을 부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15년부터 양산부산대병원장을 지낸 노 원장은 같은 해 초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조 씨에게 6차례에 걸쳐 총 1200만 원의 장학금을 줬다. 올해 6월 초 강 교수가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될 당시 조 후보자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고, 주치의 인사검증 업무는 민정수석실 소관 업무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아무런 관련도, 해명할 것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공모 중 ‘노환중 내정’ 전해 들어”


부산시장 집무실 5시간 반 압수수색 2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오거돈 부산시장의 집무실 주변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이날 검찰은 특혜 장학금 논란의 당사자인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임명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오 시장의 집무실을 5시간 반 동안 압수수색했다. 부산=뉴스1

검찰은 노 원장이 올 6월 부산의료원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부산의료원장의 임명권자인 오 부산시장과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조 후보자가 오 시장을 움직여 노 원장을 원장으로 임명하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이다.

2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7층에 있는 오 시장의 집무실을 5시간 반 동안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노 원장의 임명과 관련된 기록 등을 집중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27일 압수수색 당시 유럽 순방 중인 오 시장과 합의를 해 압수수색을 중단했었고, 이날 오전 9시 20분경 다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오 시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부산의료원장은 공모 절차를 거쳐 부산시장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실에 따르면 상당수가 친여 성향인 부산의료원장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다른 후보들이 70점대를 받은 반면 노 원장은 90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부산의료원장 공모 과정에서도 노 원장이 원장으로 이미 내정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양산부산대병원 A 교수는 “공모 마감이 이틀 정도 남아있을 무렵 지역 유력 인사에게서 ‘의료원에서 알아봤는데 노 교수가 내정된 것 같다. 당신이 임명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력 인사에게 들은 얘기라서 믿을 만한 정보라고 판단했다”며 “내정자가 있는 상황에서 의료원장에서 탈락했다는 이력만 남을까 봐 면접장에서 사퇴하는 것도 고민했었다”고 했다.

1일 귀국할 예정인 오 시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근거 없는 추측과 억지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바란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고도예 yea@donga.com·황성호 기자